
AI 도입의 두 얼굴: '비용 먹는 하마'인가, '이익 창출의 엔진'인가?
"당신의 기업이 도입한 AI는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장표만 만들고 있는가?"
최근 많은 경영진이 회의실에서 마주하는 불편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이다. 이사회와 컨퍼런스, 투자자 설명회 어디를 가도 인공지능(AI)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막상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다수 조직은 여전히 단발성 시범 프로젝트(Pilot Project)나 개념 증명(PoC)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렇다 할 재무적 성과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체기 속에서도 소수의 기업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NTT 데이터(NTT DATA)의 ‘2026 글로벌 AI 리포트’에 따르면, AI 도입 기업 중 상위 15%는 후발 주자들에 비해 AI를 통해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할 확률이 2.5배 높았으며, 1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수의 기업만이 AI를 실험실의 장난감이 아닌, 기업의 수익을 책임지는 핵심 머신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들 'AI 승자'들은 무엇을 다르게 하고 있는가?
배경: ‘호기심’에서 ‘재무제표’로의 이동
AI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머신러닝과 자동화는 지난 10년 넘게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시장의 판도를 바꾼 두 가지 결정적 계기가 AI를 ‘있으면 좋은 기술’에서 ‘비즈니스 필수 요소’로 격상시켰다.
첫째는 2022~2023년의 생성형 AI 폭발이다. 챗GPT(ChatGPT)와 같은 도구들은 AI가 코딩, 디자인, 요약을 마법처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모든 CEO에게 AI 전략 수립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둘째는 2024~2025년의 인프라 투자 전쟁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 센터와 컴퓨팅 파워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2025년 한 해에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본적 지출(CAPEX)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AI가 확실한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베팅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이사회의 요구도 날카로워졌다. 과거의 질문이 "우리도 AI 프로그램이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이번 분기 매출과 이익에 AI가 어떤 기여를 했는가?"로 바뀌었다. 여기서 ‘AI 관광객(Tourists)’과 ‘AI 운영자(Operators)’의 운명이 갈린다.

격차의 실체: ‘관광객’ vs ‘운영자’
NTT 데이터의 리포트는 현재 시장의 양극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부분은 흉내만 내고 있지만, 소수는 실행하고 있다.
AI 관광객(Tourists):
* 특정 팀이나 기능에 국한된 고립된 시범 사업만 반복한다.
* AI를 비즈니스 혁신이 아닌 단순한 ‘IT 프로젝트’로 취급한다.
* “AI 챗봇을 도입했다”는 식의 과정 중심 보고에 그치며, 실질적인 비용 절감이나 수익 증대 같은 KPI(핵심성과지표)와 연결하지 못한다.
* 운영 효율보다는 홍보를 위한 ‘AI 스토리’ 만들기에 급급하다.
AI 운영자(상위 15%):
* 모든 AI 이니셔티브를 명확한 재무적 성과(비용 절감, 매출 증대, 이탈률 감소)와 연동한다.
* 가치가 입증되면 시범 단계를 넘어 신속하게 전사적 배포(Enterprise-wide deployment)를 감행한다.
* 단순한 모델 도입을 넘어 데이터 품질, 거버넌스, 조직 변화 관리에 투자한다.
* AI를 실험이 아닌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경쟁 시장에서 2.5배의 매출 성장 격차와 3배의 이익률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차이를 넘어 산업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수준의 '초격차'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수익 내는 AI’의 4가지 특징
그렇다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가?
1. 도구가 아닌 ‘비즈니스 문제’에서 출발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생성형 AI로 무엇을 할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어디서 마진을 잃고 있는가?", "고객은 어디서 이탈하는가?"를 먼저 묻는다. 고객 서비스 자동화, 공급망 최적화, 사기 탐지 등 5~15%의 개선만으로도 막대한 재무적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영역에 AI를 집중 투입한다.
2. 데이터를 전략적 자산으로 관리한다
좋은 데이터 없는 AI는 소음(Noise)에 불과하다. 리딩 기업들은 데이터를 정제하고 표준화하며, 보안과 규정을 준수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다. 모델에 최신 정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성공의 기초다.
3. 기술과 현업이 융합된 팀을 꾸린다
수익성 있는 AI 프로젝트는 IT 부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비즈니스 오너가 목표(예: 이탈률 5% 감소)를 정의하고, 데이터 팀이 솔루션을 개발하며, 운영 팀이 현장 적용과 교육을 담당하는 유기적인 협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4. 집요하게 측정한다
"AI 솔루션을 론칭했다"는 말은 성과가 아니다. "평균 처리 시간을 22% 단축했다", "배송 지연을 11% 줄였다"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다. 이러한 성과 측정은 예산 확보와 추가 확장의 근거가 되어, AI 도입의 선순환(Flywheel)을 만들어낸다.

결론: 핵심은 ‘시범’이 아니라 ‘확장(Scale)’이다
AI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는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에 얼마나 깊고 넓게 침투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정 부서에서 업무 효율을 20% 높이는 것은 흥미로운 사례일 뿐이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20개국 지사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곧 ‘수익’이 된다.
지금 기업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가 언제, 어떻게 우리의 손익계산서(P&L)에 찍힐 것인가?"여야 한다.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상위 15%의 기업들이 그 자리에 오른 것은 가장 화려한 데모 영상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AI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조직을 확장하며, 구성원을 더 높은 가치의 업무로 이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AI가 주도하는 이익의 파도는 이미 밀려오고 있다. 그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파도 위에 올라타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선택은 기업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