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불법 배출 16곳 덜미... "벌금 300만 원은 껌값?" 솜방망이 처벌 논란

안 걸리면 이득, 걸려도 그만?... 도덕적 해이 부추기는 느슨한 법망

안양·용인·안산 등 수도권 핵심 거점서 비산먼지 '펑펑'... 시민 건강권 위협

경기도, 환경부에 '징벌적 손해배상급' 처벌 강화 승부수... 법 개정 탄력받나

[에버핏뉴스] 그래픽보도자료_도심지 미세먼지 불법배출 사업장 집중수사 결과 사진=경기도청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민들의 호흡기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내 도심 한복판에서 대기환경보전법을 비웃듯 불법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해 온 사업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현행법의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점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불법을 자행해 온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도심지 내 대기오염물질 배출 의심 사업장 330개소에 대한 고강도 기획 수사를 단행했다. 9일 발표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총 16개 업소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번 단속은 단순한 행정 지도를 넘어, 도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위해 요소를 뿌리 뽑겠다는 경기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옆에서 '먼지 구름' 내뿜어... 충격적인 위반 실태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의 불법 행태는 '안전 불감증'을 넘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주거 밀집 지역이나 학교 인근 등 시민들의 생활 공간과 밀접한 곳에서 버젓이 불법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충격을 더한다.

적발된 16건의 위반 내용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발생 억제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배출시설 미신고 등 불법 운영이 4건, 오염물질 자가측정 및 가동개시 신고 미이행이 2건, 비산먼지 발생사업 자체를 신고하지 않은 건이 1건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안양시에 위치한 A업체의 경우,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인근에서 토목공사를 진행하면서도 비산먼지 발생을 막기 위한 살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공사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학생들의 호흡기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공사를 강행한 셈이다.

 

용인시 소재 B업체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토사를 외부로 반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세륜 조치'를 무시했다. 관련 법규상 덤프트럭 등 공사 차량은 사업장을 빠져나가기 전 바퀴와 차량 측면의 흙먼지를 물로 씻어내야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고 도로 위로 비산먼지를 유출했다. 이는 도로 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안산시의 C업체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도장시설과 건조시설을 운영하면서 관할 관청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이른바 '무적(無籍) 시설'을 가동했다. 신고되지 않은 배출시설은 오염물질 저감 장치의 적정 가동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도심 대기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벌금 내고 말지...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키웠다

 

문제는 현행 법령의 제재 수준이 사업자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비산먼지 발생 사업을 신고하지 않거나, 억제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의 위반 행위를 저질러도 부과되는 벌금은 최대 300만 원에 불과하다.

 

건설 현장이나 대규모 제조 사업장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소요되는 비산먼지 저감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비용보다, 단속에 걸렸을 때 내야 하는 벌금이 훨씬 저렴하다는 잘못된 경제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단속에 적발되어 벌금을 납부하고도, 개선 없이 다시 불법을 저지르는 '배짱 영업'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대기배출시설을 미신고 상태로 운영하거나 오염물질 자가측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비교적 중한 처벌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산먼지 관련 위반의 처벌 수위가 현저히 낮아 법적 형평성 문제와 함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법 뜯어고쳐야 해결"... 환경부에 개정안 건의

 

경기도는 이번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단순한 단속과 처벌을 넘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도는 현행 300만 원인 비산먼지 관련 위반 벌금 상한액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상습적인 위반 사업장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는 "비용보다 준법이 이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 한 불법 행위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업자들이 벌금을 '영업 비용'의 일부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성격이 강화된 강력한 제재가 필수적이다.

 

기이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비산먼지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행 법령의 낮은 제재 수준이 사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적발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처할 것이며, 법령 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사후 관리와 현장 점검을 더욱 강화해 도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경기도 특사경은 앞으로도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인 겨울철과 봄철에 맞춰 선제적인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한, 불법 행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누리집(www.gg.go.kr/gg_special_cop)과 콜센터(031-120),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도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깨끗한 대기 환경 조성은 행정 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국경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환경 문제이지만, 그 해결의 시작은 내 주변의 불법 배출원을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경기도의 이번 집중 단속과 법 개정 건의는 '숨 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정부와 관련 부처는 지자체의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효성 있는 법적 제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도민들 또한 우리 동네의 공기를 지키는 감시자가 되어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시민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성 2025.12.09 12:31 수정 2025.12.0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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