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랐기에, 더 정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 이오니크(EOnique) 이지윤 대표 특별기고 인터뷰
이다빛 기자
10편에 걸친 특별기고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공법혁신’ 시리즈는 전통적 시공 방식이 가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스틸커튼월·무용접 내진트러스·모듈러 패널·고내식 소재 등
새로운 공법 패키지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그 글을 쓴 이는, 업계 경력도, 기술자 출신도 아닌 설립 3개월 남짓한 스타트업 이오니크(EOnique) 의 이지윤 대표였다.

나는 한 가지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굴까?
현장을 매일 밟고 구조 해석에 능한 기술자일까? 아니면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 출신 전문가일까?”
그 기대를 안고 만난 이지윤 대표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처음 마주한 그는 그저 평범하고 세련되고,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로맨스 소설을 읽을 것 같은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언뜻 보면
스틸커튼월을 이야기하고, 내진 트러스를 설계하고, 해외 발주처와 공법 패키지를 논의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평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10편의 기술적 기고를 끌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현장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기술자와 연구진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배우며, 단단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 프로젝트의 성공 이유가 보이는 듯했다.
Q. 기술전문가가 아님에도 매우 전문적인 공법·시장분석 기고를 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이지윤 대표:
처음에는 저도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기술자의 경력도 없고, 관련 업계에서 일한 적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됐습니다. 기존 관행이나 업계의 고정관념을 몰랐기 때문에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더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기술을 만들었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뛰어난 기술들을 연결하고 조합하여
어떤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작동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했고, 현장을 뛰었고, 기술자들을 설득해 모았습니다. 그것이 이번 기고의 기반이 되었죠.
Q. 기고 전반에 ‘통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이지윤 대표:
기술 하나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소재, 공법, 설계·엔지니어링, 제조 방식(오프사이트·OSC), 현장 설치, 유지관리(LCC)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해외 발주처는 이미 이런 관점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우리 제품”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전체 그림을 읽고, 필요한 기술을 모아 시스템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오니크가 짧은 기간 내에 해외에서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통합적 사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실제로 사이판·괌·인도네시아 등에서 주목할만한 진전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이지윤 대표: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발주처가 원하는 언어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염해·고온·태풍이라는 환경에 맞는 모듈러 패널, 내진·내식 성능이 필요한 스틸커튼월, 현장 용접을 줄이는 무용접 내진트러스 공장 제작 기반의 OSC 구조 이 네 가지 요소를 하나로 묶어 제안했어요.
발주처는 “기술 하나”가 아니라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원합니다.
저희는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고, 엔지니어들과 협력하여 기술 패키지를 구성해 해외에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회사의 나이가 아니라 “제안의 완성도”를 보더군요.
Q. 제조설비 투자를 과감히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지윤 대표:
처음엔 망설임이 많았어요.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 공장 설비에 투자한다는 건 아주 큰 결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시장을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이 공법들의 흐름은 이미 세계적으로 ‘메인스트림’이 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반드시 온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기술자·설계자·엔지니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만들 기술을 직접 구현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그것이 지금의 해외 프로젝트로 이어졌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기고 마지막 편에서 온라인 플랫폼·AI·로보틱스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지윤 대표:
네, 저는 건설·철강·엔지니어링 산업이 기술 중심 산업으로 재편된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세 가지 큰 방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 ‘부품·소재·장비’ 온라인 플랫폼 구축
한국의 건설 자재·부품 시장은 아직도 매우 아날로그적입니다. 저희는 이 시장을 선진화하는 엔지니어링 기
2) 신소재, 신공법 개발
이오니크는 심리스이형철근, 압출성형 공법 등 신소재, 신공법 개발의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양산화 하는 과정을 거쳐 또한번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 AI 기반 설계·견적·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 및 로봇·피지컬 AI 기반의 현장 자동화
AI는 이미 건설 산업에서 매우 현실적인 기술입니다. 설계 자동화·구조 해석·견적·품질관리 등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요. 또한 로봇 설치기·드론 측량·자동화 장비 등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변화를 공법과 직접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창업자로서 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지윤 대표:
저는 정말 무모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진지하게 보면 진지하게 답을 줍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보고, 그것을 위해 배우고, 사람을 모으고, 직접 뛰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문이 열립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한국 기술이 세계에서 통할 기회는 훨씬 많습니다.
Q.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주)이오니크는 어떤 회사라고 정의하십니까?
이지윤대표:
한마디로 이오니크는 “미학과 안전성”이라는 두축으로 새로운 건축시대를 여는 회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최적의 기능을 담고 있는 것이고 최고의 안전성은 최적의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비정형, 곡선 위주의 미래건축 시장에서 아름다우면서도 안전한 건축, 특히 외곽 파사드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포지셔닝하고 싶습니다. 이오니크가 가진 설계엔진니어링, 스틸커튼월, 무용접내진트러스, 그리고 롤포밍공법이라는 무기들은 이를 실현해 줄 핵심역량입니다.

[기자 코멘트]
단 3개월 만에 해외 두 지역에서 기술적 신뢰를 얻고, 막힌 시장의 통합적 접근을 시도한 스타트업 CEO.
“아무것도 몰랐기에 정확히 볼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은 오만함이 아니라, 배우고 설득하고 실행하는 사람의 자신감이었다.
공법 혁신 시대,
이오니크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