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화가 허미희 작가가 진주 바른병원 미래의학연구관 ‘아트홀 바른’에서 초대전 《바람이 스치는 자리》를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보리의 생명력을 회화적으로 확장한 결과물로, 100평이 넘는 대형 공간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에게 한국적 자연미와 깊은 정서를 전달한다. 《바람이 스치는 자리》는 작가가 지난 부산 개인전 이후 한 단계 더 확장된 시각적 감각을 선보이는 자리로, 새로운 대표작 탄생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 세대를 잇는 자연의 상징… 보리가 품은 이야기
허미희 작가의 회화 세계는 늘 보리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작가에게 보리는 “배고픔을 달래던 세대의 희망이자 삶의 기억”으로 자리한다. 이번 전시 《바람이 스치는 자리》에서는 이러한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한국인의 정서 속에 잠재된 목가적 풍경과 자연의 숨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청보리와 황보리가 흔들리는 장면은 세대·공간·기억을 하나로 연결하며, 보리가 가진 상징성이 자연스럽게 화면 속에서 살아난다. 이러한 접근은 《바람이 스치는 자리》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연속성’을 담아낸 예술적 장면임을 보여준다.
■ 전통 채색화의 깊이 위에 더해진 현대적 회화 감각
허미희의 작품은 한국 고유의 진채화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분채와 석채를 여러 차례 쌓아 올리는 작업 방식은 느린 호흡의 농경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보리를 그리며 농부가 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만큼, 한 알 한 알을 정성스럽게 그려내는 제작 과정에 몰입한다. 이번 전시 《바람이 스치는 자리》에서는 이러한 진채 기법이 현대적 색채 감각과 결합되어 더욱 세련된 조형미를 완성한다. 화면 속 보리의 형상은 고요하지만 역동적이며,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의 결이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이처럼 《바람이 스치는 자리》는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표현의 확장을 동시에 담아낸 전시로 평가된다.
■ 자연주의 회화의 새로운 해석
보리밭에 인물이나 동물을 등장시키던 기존 보리 회화들과 달리, 허미희의 이번 개인전은 자연 자체에 집중하는 자연주의 회화 방식에 초점을 둔다. 《바람이 스치는 자리》에서 보리는 스스로 이야기의 주체가 되고, 청맥과 황맥은 한 화면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정서적 변화까지 담아낸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도시와 시골, 사람과 자연을 하나의 장면 안에서 연결하며 새로운 회화적 실험을 시도한다. 이러한 변화는 《바람이 스치는 자리》의 핵심 감상 포인트이자, 작가가 구축해 온 세계관의 성숙을 보여준다.
■ 보리의 시간, 진주라는 공간에 스며들다
허미희 작가는 2009년 진주 개천예술제 대상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진주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초대전 《바람이 스치는 자리》는 그동안의 작업 여정을 품은 회고적 의미와 더불어, 작가의 시각 세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자리다. 보리가 가진 생명력은 진주의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관람객은 자연이 주는 회복의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는 “바람이 스치는 순간의 결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 바람이 관람객에게도 닿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바람이 스치는 자리》가 예술적 메시지와 감성적 울림을 동시에 전달하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