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대한민국의 지도가 갈수록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민생 격차가 소득·일자리·생활 인프라 전 영역에서 구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서울·경기 일부 지역은 가구당 평균 소득과 자산에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반면, 상당수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함께 소득 증가가 정체되고 소비 여력까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삶의 만족도와 미래 기대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일자리·서비스 산업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비수도권은 청년 유출과 고령화, 산업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위기에 놓여 있다. 수도권은 광역교통망과 의료·문화·보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만, 농산어촌과 중소도시는 문화·보건·보육 등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 병원·도서관·어린이집까지의 거리, 대중교통 소요시간이 길수록 “이 동네는 뒤처진다”는 주민 인식은 더 깊어지고, 결국 지역 공동체의 해체와 청년의 탈출로 이어진다.
이 격차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첫째,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광역교통망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수도권 집중이 맞물리며, 기업·인재·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장기간 지속돼 왔다. 수도권은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비수도권은 선택받지 못하는 공간이 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둘째, 비수도권의 산업 구조가 제조업·1차 산업에 편중되어 있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교육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진학·취업을 계기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편도 인구 이동”이 계속되면서, 지역사회는 활력을 잃고 고령층만 남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셋째, 문화·보건·보육 등 생활 SOC 투자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거나 파편적으로 이루어져, 주민이 “내가 사는 지역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체감하는 심리적 박탈감이 누적되고 있다. 시설 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의료·문화·돌봄 시설까지의 거리, 대중교통망의 촘촘함이 곧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균형발전 구호는 수차례 반복되었으나 결과는 냉정하다. 수도권 인구와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었고, 많은 비수도권 시·군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정책 이름이 바뀌어도 우리 삶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체념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 구조적 위기가 또다시 ‘선거용 슬로건’으로만 소비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지역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정작 구체적인 재정 전략·산업 전략·생활 인프라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정치의 공방이 지방으로 옮겨 오는 동안, 비수도권의 민생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붕괴되어 왔다.
이제 민생 격차는 국가 차원의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각 지역이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현실 과제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서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우리 지역의 기울어진 지도를 더 정확히 진단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가”를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2편에서는 지방의회가 정책설계자이자 재정감시자로서 이 민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내년 지방선거와 민생」 연재의 첫 번째 칼럼이다. 박동명 발행인은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으로,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을 비롯한 15년 공직 경력과 국회의정연수원·전국 지방의회 의정연수 강의를 통해 지역 간 민생 격차와 지방자치 현장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전문가이다. 1편에서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민생 격차의 구조와 원인을 진단하며, 이어질 2·3편에서 지방의회와 지방선거의 역할을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