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어는 달라야 한다 - manager

변상욱 대기자가 말하는 좋은 언론 만들기

이이제이의 야매 청문회 변상욱편

 

 개인적으로 기자 이름을 기억하고, 그 기자의 기사를 일부러 찾아 읽는 기자가 많지는 않다. 아니 몇 명 되지 않는다. 그중 한 분이 변상욱 대기자이다. 대기자라는 직위는 관리자로 승진하지 않고 기자로 남고 싶어서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붙여준 이름이란다. 

 

 한국은 관리자와 기자와 같은 실무 담당을 구별해서 일을 맡기지 않는다. 실무 담당자가 승진해서 관리자가 된다. 이게 한국에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뉴욕타임즈에서 이름이 익은 기자가 한국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의 기사가 괜찮아서 이름을 기억했기에 강의 일정에 이름을 보자마자 등록해서 참석했다. 이름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한국분이었다. 

 한국에서 영자신문 기자를 하다가 미국 언론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 분에게 질의를 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한국과 미국 언론의 차이와, 만약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계속했다면 뉴욕 타임즈에서와 같은 기사를 쓸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분이 미국 언론은 기자가 평생 취재하다 기자로 퇴직할 수 있는데, 한국은 어느 정도 일하면 관리자로 승진한다. 그래서 관리자인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 기사를 확인할 때, 관리자이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 조언하게 된다. 이게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고 이야기하셨다. 

 현장을 다니며 기사를 쓰는 기자가 관리자보다 밑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전문성이 다른 것뿐이다. 이게 잘 되지 않아서 한국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영어로 관리자는 ‘manager’이다. ‘manage’는 ‘관리하다’가 가장 일반적인 의미이지만, ‘어떤 일을 해내다’라는 뜻도 있다. 관리자는 조직의 사람들을 관리해서 목표로 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관리자가 가진 능력은 조직 내의 구성원에게 알맞은 일을 맡기고, 그들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리자는 구성원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잘 파악하고 있고, 힘든 상황에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남다른 능력으로, 경영관리석사인 ‘MBA’ 과정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커지면 관리와 경영이 중요해진다. 어떤 언론 회사 같으면 ‘취재와 기사 쓰기’에 능력을 갖춘 기자가 있고, 각 기자를 전문 분야에 배치하고 중요한 사건을 누구에게 맡길지 아는 관리자가 있을 것이다. 

 기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실무 담당자가 승진해서 관리자가 되는 게 아니라, 관리자는 관리자 관련 전공을 하거나 경험이 있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 회사의 특징에 맞게 각 실무에 대한 이해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관리자가 실무 담당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 기저 민주주의가 실천되지 않았다는 평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조직이지만, 조직에서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직급이 있고 덜 지는 직급이 있다. 그 책임량 때문에 어떤 직급은 월급을 더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책임도 지지 않고 갑질하는 이가 다수면 조직의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변상욱 기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이해한 대로 정리하면. 내가 원하는 언론이 잘 되게 하려면 응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응원은 후원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언론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떤 언론을 응원해서 키울지는 본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 아낌없는 자본주의적 지원이 좋은 언론사가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 

 

 이것은 고 박원순 시장이 한 말과 맥이 닿는다. 좋은 시민 단체가 살아남으려면 직접 일하는 봉사자와 지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시민 단체가 있으면 직접 봉사 활동을 하던가, 그게 여의찮으면 후원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시민 단체가 오래 갈 수 있다고 하셨다. 오래전 읽은 말이라 조금 다르게 기억할 수 있지만, 큰 맥락은 그랬다.

 선진국일수록 이런 연대가 잘 되어 있고, 제대로 된 시민 단체가 활동해서 많은 일들을 이루어 냈다. 국가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 직접 생활에서 느낀 불편함을 바꾸려는 시민들이 모여 하나씩 이루어 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일 것이다. 

 

작성 2025.12.07 17:46 수정 2025.12.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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