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 후의 시간,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본 계절
퇴사 후 몇 달 동안 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직접 걸어보았다. 원고를 쓰고, 전통찻집 리스트를 정리하고, 카페 면접을 보며 전혀 다른 현장을 경험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자서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내가 얼마나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다시 확인했다.
이 선택들은 충동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앞에서 솔직해지고 싶다는 마음의 결과였다.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시기보다도 오래 마음에 남을 배움이었다.
현실의 문이 다시 열리다
지난주,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결과가 도착했다.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었다. 오래 고민하고도 망설임이 남았지만, 결국 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을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켠에 아쉬움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손에 닿을 듯 가까웠던 꿈을 다시 서랍 안으로 넣어두는 기분. 그 감정이 얼마나 깊고 묵직한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정리하는 데에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직장, 그러나 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 직장이 바뀐다고 해도 내가 매일 쌓아온 글쓰기의 습관, 기록하는 방식, 나만의 호흡까지 바꿀 이유는 없다. 블로그의 글도 계속 쓸 것이고, 칼럼니스트로서의 활동 역시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자서전 프로그램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더 다듬어갈 생각이다.
회사에서의 일은 내가 선택한 또 하나의 여정이다. 그 자리에서는 내 역할에 집중하고, 글쓰기는 조용하게, 내가 원하는 속도로 묵혀가며 지속할 계획이다. 두 가지가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태도다.
이번 시기를 실패로 보지 않으려는 이유
어떤 이들은 “준비했던 일을 결국 이루지 못했으니 실패가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시간을 어떤 형태로든 실패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흔들렸지만 멈추지 않았고, 불안했지만 방향을 잃지 않았으며, 포기하고 싶던 순간에도 다시 앉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시기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더 깊이 알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실현되지 않은 꿈이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봄이 오지 않는 겨울은 없듯, 이 또한 다음을 위한 침잠의 시기일 뿐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현실 앞에서 잠시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나는 그 시간을 포기라 부르고 있는가,
아니면 다음을 위한 숨 고르기라 부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부터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것이 끝의 선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품고 있다면, 이 길 역시 언젠가 또 다른 형태로 꿈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의 선택은 잠시 돌아가는 여정일 뿐이며, 다시 걸어갈 길들은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길이니 흔들림이 있어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품고 있는 꿈을 위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훗날 다시 이어질 여정의 일부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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