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김대로(25·가명) 씨는 최근 차를 팔았다. 대학 졸업 후 첫 월급으로 중고차를 구입했지만, 1년을 채 못 버티고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유류비에 보험료, 주차비까지 내면 한 달에 60만 원은 나가더라”며 “차를 유지하느니 지하철과 버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지금은 출퇴근 시간에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자동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이나 공유 서비스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자동차가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경제적 부담’의 대표 사례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집계된 10∼20대의 신차 등록 대수는 5만4138대로 2015년(12만556대)에 비해 약 55% 감소했다.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이 커진 현실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필수 소비재’가 아니라 ‘지출 1순위 제외 품목’으로 전락했다. 박형근 박사(수원대 경영학전공)는 “자산 축적보다 생존이 우선인 세대에게 자동차는 효용보다 부담이 크다”며 “특히 대도시 거주 청년일수록 차량 구매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을 비롯해, 수도권 대중교통망이 빠르게 확충되면서 승용차 없이도 출퇴근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하철, 버스, 고속 광역버스 등 이동 수단이 다양해지고, 교통 인프라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차 없이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와 동시에 카셰어링, 차량 구독 서비스, 단기 렌트 플랫폼 등 이용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청년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필요할 때만 차량을 빌려 쓰는 방식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김대로 씨 역시 “가끔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만 공유 차량을 이용한다”며 “요즘은 차를 ‘사는 것’보다 ‘빌려 쓰는 것’이 훨씬 똑똑한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고급 모델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차량 가격이 급등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신차 한 대 가격이 연봉과 맞먹는 시대, 유지비까지 고려하면 구매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자동차세, 주차료, 정비비까지 더하면 한 해 수백만 원이 추가 지출로 빠져나간다. 서울에 거주하는 28세 직장인 이모 씨는 “연비 좋은 소형차를 사도 유지비가 너무 비싸다”며 “요즘은 차를 가진 친구보다 없는 친구가 더 여유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빗대 ‘카푸어(Car+Poor)’, 즉 ‘차 때문에 가난해진 사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MZ세대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자유’나 ‘로망’이 아닌, 감당하기 힘든 ‘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이동 패러다임의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차량 구독·공유 서비스 이용률 증가와 더불어, 도심 혼잡 통행료 확대, 친환경 교통정책 강화, 대중교통 중심 도시 설계 등 공공 인프라 변화가 ‘탈차소유’ 흐름을 가속시키고 있다.
교통분야 전문가들은 “GTX 노선이 완전 개통되면 수도권에서 차를 소유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며 “자동차 산업도 이제 판매 중심에서 ‘이용 경험 중심’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구매를 부담으로 여기는 청년층의 인식 변화는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를 갖는 시대’에서 ‘차를 활용하는 시대’로 넘어가면서, 기업과 정부의 교통정책 방향도 ‘이동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