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6년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1)를 제8대 음악감독으로 맞으며 새로운 예술적 전환점을 선언했다. 국립심포니는 창단 이후 다져온 극장 오케스트라의 감수성 위에 아바도 특유의 명징한 이탈리아 사운드를 더해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한층 분명하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바도는 구조적 질서와 선명한 음향을 중시하면서도 감정의 밀도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국립심포니가 쌓아온 극음악적 기반과 그의 음악관은 높은 호응을 이루며, 이러한 방향성은 2026 시즌 프로그램 전반에 반영됐다.
시즌 2026은 ‘차갑고도 뜨거운 – 이성적 낭만’을 축으로 초기 낭만주의, 이탈리아 레퍼토리, 20세기 교향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음악적 서사를 제시한다. 멘델스존과 슈만을 중심으로 한 초기 낭만주의는 아바도의 핵심 가치인 ‘구조 속의 감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며 쇼팽·브람스 협연 무대와 맞물려 시대적 폭을 확장한다. 레스피기, 베르디, 로시니 등으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작품들은 선율의 직접성과 오페라적 긴장감을 통해 아바도 체제의 색깔을 분명하게 한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슈니트케가 대표하는 20세기 교향악은 초기 낭만의 질서를 현대적 언어로 변주하며 시즌의 음향 폭을 넓힌다.
새 음악감독 체제와 시너지를 이루는 객원지휘자들의 참여도 관심을 모은다.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올라리 엘츠(54)는 북유럽 레퍼토리의 절제된 사운드를 더하고, 에코 클래식 어워드 수상자인 안토니오 멘데스(41)는 스페인 음악의 색채와 리듬으로 시즌 외연을 넓힌다. 2024 말코 콩쿠르 우승자 이승원(35)은 미국 무대에서 다져온 현대적 해석으로 거슈윈, 번스타인 등 20세기 작품의 생동감을 강화한다.
협연진은 시대적 맥락과 작품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낼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64)과 조나탕 푸르넬(32)은 브람스 협주곡 2번과 쇼팽 협주곡 2번을 통해 초기 낭만주의의 서로 다른 결을 펼친다. 바이올리니스트 레티시아 모레노(40)는 랄로 ‘스페인 교향곡’에 라틴의 생동감을 더하고, 2025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 박수예(25)는 절제된 북유럽 음향으로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채운다.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56)와 니콜라스 알트슈태트(43)는 바버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통해 20세기 작품의 긴장과 서사적 층위를 탐구한다. 에마뉘엘 파위(55)는 부소니·달바비 협주곡으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다.
베버 서거 200주기를 기념한 실내악 무대, 여섯 대의 첼로 앙상블, ‘다크 나이트’ ‘셔터 아일랜드’ ‘디 아워스’ 등 영화음악 공연도 마련되며 새로운 관객층과의 접점을 넓힌다.
2026/27 시즌 상주작곡가로 선정된 그레이스 앤 리(29)는 한국적 정체성을 서양 관현악법으로 정교하게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세대 작곡가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심포니는 그에게 신작을 위촉해 세계 초연하고, 동시대 음악 창작 생태계 확장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시즌 키비주얼은 드로잉 작가 성립이 참여해 절제된 선과 대비적 감정 흐름으로 시즌 메시지를 시각화했다. 국립심포니는 2026년을 “새 음악감독과 함께 도약을 준비하는 해”라고 정의하며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한국 관현악 문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