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보조를 넘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AWS 리인벤트 2025가 제시한 미디어의 미래, ‘에이전트 AI’
우리가 다음 볼거리를 고를 때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것을 넘어, AI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예고편을 제작하며 마케팅 문구까지 작성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0년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류 미디어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 2조 달러 규모의 미디어 시장이 ‘에이전트형 AI(Agentic AI)’라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부터 5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AWS 리인벤트(re:Invent) 2025’에서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바꿀 차세대 AI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핵심은 인간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수행하며 결과물을 수정하는 자율적인 에이전트 시스템의 등장이었다.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 노동 집약에서 자율 실행으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미디어 산업은 리니어 TV에서 온디맨드 스트리밍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구독 매출이 250%나 급증했다. 이후 2024년까지는 AI가 편집을 돕는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5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e마케터(eMarketer)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전트형 AI의 도입으로 기업들은 광고 제작 속도를 60% 높이고 비용은 40% 절감하는 동시에 시청자 참여도는 3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AWS 행사에서 아마존이 공개한 기술들은 이러한 변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5분 만에 광고 제작, 올림픽 중계도 AI가 맡는다
아마존 애즈(Amazon Ads)가 선보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트(Creative Agent)’는 라이선스 자산과 실시간 성과 데이터를 활용해 5분 이내에 A/B 테스트가 완료된 비디오 광고를 생성해 낸다. 초기 테스트 결과, 인간이 제작한 광고 대비 클릭률(CTR)이 25%나 높게 나타나며 효율성을 입증했다.
라이브 스포츠 중계 영역에서도 혁신이 예고됐다.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의 라이브 스포츠 AI는 규칙 기반 모니터링과 딥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 피드 전환, 그래픽 삽입, 광고 시간 최적화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99.99%의 가동 시간을 보장한다. 실제로 NBC 스포츠는 다가오는 2026년 올림픽 중계에 이 기술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콘텐츠 심의 과정에서도 ‘노바 컴플라이언스 스위트(Nova Compliance Suite)’가 도입되어, 부적절한 장면을 밀리초(ms) 단위로 감지하고 지역별 규제에 맞는 편집본을 제안함으로써 수동 검토 시간을 80%가량 단축시켰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의적 파트너"
업계 전문가들은 에이전트형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 그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마존 애즈의 프리야 데사이(Priya Desai) 혁신 총괄은 “에이전트 AI는 창의적 파트너로서 브랜드가 예산 제약 없이 수천 가지의 변형된 콘텐츠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의 68%가 더 개인화되고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AI가 큐레이션 한 콘텐츠를 신뢰한다고 응답해, 대중의 인식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데이터 기반의 성과도 뚜렷하다. 포레스터(Forrester)는 에이전트 AI를 도입한 기업들이 캠페인 리드 타임을 50% 단축하며 대규모 론칭 건당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해 대형 에이전시를 이용하기 힘들었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미디어 기업들이 저렴한 AI 파이프라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며, 로컬 콘텐츠 수출이 전년 대비 45%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창의성의 획일화나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통해 학습하고 빠르게 반복 수정하는 AI의 특성이 오히려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획부터 제작, 송출까지 AI가 관여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 창작자의 역할론에 대한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디어 산업이 AI 기반의 창의적 혁명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기업들은 에이전트 도구를 실험하고 조직을 재정비하여,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더 큰 차원의 혁신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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