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 한 줌에 담긴 부산의 이야기, 어촌민속관 ‘소금길’ 전시 개막
부산의 바다와 사람, 그리고 불이 어우러져 빚어낸 ‘소금’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난다.
부산어촌민속관이 오는 12월 2일부터 상설전시실(낙동강어촌민속실)에서 선보이는 테마전 ‘부산, 소금길’은 부산 어촌의 삶을 지탱해온 소금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바다와 흙, 그리고 불이 빚은 부산 자염 이야기’를 주제로, 부산의 해안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전통 염전의 풍경과 어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소금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바다의 풍요로움을 담은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생계를 지탱한 자원이었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다.
이번 ‘소금길’ 전시는 이러한 부산의 염전 문화를 중심으로 자염(煮鹽)의 전통 제조 과정을 세밀하게 복원했다.
불을 지피고, 바닷물을 끓이며, 소금을 결정화하는 그 과정 속에는 부산 어촌민들의 노동과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소금 한 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금길’은 단순히 소금을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삶, 노동의 가치,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연대가 함께 드러난다.
어민들이 물길을 따라 짐을 나르고, 소금밭에서 해를 마주하던 장면들이 일러스트와 실물 자료로 재현되어 과거 부산 어촌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전시는 부산의 대표적인 염전 지역이었던 강서구 낙동강 하류 일대의 유물과 사진 자료를 통해, 산업화 이전의 어촌경제 구조와 지역적 특색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부산은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닌, ‘소금으로 연결된 생명의 터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체험형 소금마을’이다.
관람객은 실제 염전 도구를 만져보고, 소금 결정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부산어촌민속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옛 소금밭 도구들을 복원했다.
소금가마, 지게, 소금 운반 통 등 전통 도구들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는 “이번 테마전은 부산의 바다와 사람의 이야기를 ‘소금’이라는 매개로 엮은 시간 여행”이라며 “소금의 역사 속에 깃든 인간의 지혜와 공동체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어촌민속관은 이번 상설 전시를 통해 과거의 전통을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리고 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전시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금길’ 전시는 부산 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부산 어촌의 역사적 정체성을 알리고, 전통 염전의 가치 보존을 위한 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소금 한 줌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시간, 그리고 바다의 향기가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부산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소금은 단순한 자연의 산물이 아니다.
그 속에는 바다의 숨결과 사람의 손길, 그리고 세월의 무게가 스며 있다.
부산어촌민속관의 테마전 ‘소금길’은 이러한 부산의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우며, 지역민의 기억을 현재로 되살리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소금 한 줌’ 속에 깃든 부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와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따뜻한지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