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2025 Health & Heritage Innovation(H21)’ 글로벌 오픈콜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천연물·한의학 기반 성장 연구’가 전 세계 1175개 제출작 중 21개(Global Top 21)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결합한 공중보건 혁신 분야에서 한국 연구가 국제적 기준을 공식 통과한 첫 사례다.
WHO는 이번 평가에서 ‘전통 기반 성장 과학(Heritage-Based Growth Science)’이 제시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높게 평가했다. 기존의 영양 중심 접근이 아닌 현대 아동이 겪는 비영양적 성장 저해 요인, 즉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미세 염증, 대사 불균형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해결하려는 관점을 혁신성으로 인정했다.
WHO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호철 교수를 오는 17~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Second WHO Global Summit on Traditional Medicine’에 초청해 연구 성과를 발표·전시하도록 요청했다. 공식 초청장에는 김 교수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으며, WHO는 비자 발급과 현장 접근권, 전시 패널 준비 등 전 과정을 행정 지원한다.
WHO H21 심사 방식은 각 지역에서 우수 혁신 3개를 뽑고 WHO 본부(Global Pool)에서 다시 재평가해 최종 21개만 선정하는 단계형 구조다. 한국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은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전통의학 강국이 포함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권역이다. 이 지역에서 최종 혁신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한의학·천연물 연구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에 선정된 혁신 기술은 김호철 교수팀이 개발한 어린이 성장 원료 ‘HT042’다. 연구팀은 이를 단순한 영양 보충제가 아닌 ‘전통 기반 성장 과학’으로 정립했다. 성장은 성장판 기능, 수면, 대사, 염증 등 다양한 신체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는 성장생물학의 최신 관점을 반영한 개념이다. 특히 성장판 미세환경을 보호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현대 아동 성장 저해 요인의 기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점이 WHO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HT042 개발에는 황기와 가시오갈피, 한속단 등 한의학 전통 본초가 활용됐으며 26년에 걸친 전임상·임상 연구로 안전성과 효과를 확보했다. 두 차례의 인체적용시험에서는 성장판 기능 개선과 성장 속도 증가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연구의 신뢰성을 더했다. WHO는 전통 지식, 현대 과학, 임상 근거, 표준화 체계를 모두 충족한 점을 이번 선정의 핵심 이유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국가별 원료 규제 차이를 고려해 HT042 외에도 대체 가능 특허 물질을 다수 확보했다. 특정 국가의 규제 요건에 제한이 있어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구조로 WHO가 중점 평가한 ‘확장성(Scalability)’을 충족했다. HT042는 단일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의 아동 성장 정책과 학교 건강 프로그램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인정받았다.
HT042의 기반에는 김 교수팀이 구축한 iMED 플랫폼이 있다. 이 플랫폼은 전통 지식의 현대적 해석과 국제 기준에 맞는 원료 확보, 표준화된 제조·추출 공정, 전임상·임상 데이터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제조·표준화는 천연물 연구기업 뉴메드와 협력해 완성됐다. WHO는 이 같은 전통–과학–임상–표준화로 이어지는 완결된 구조를 전통의학 혁신의 새로운 국제 기준으로 평가했다.
WHO는 김호철 교수를 H21 Advisory Process 공식 참여자로 등록해 향후 WHO의 전통의학 연구·정책 검토에 자문 역할을 맡도록 했다. WHO는 최종 선정된 21개 중 일부를 대상으로 2026년부터 ‘H21 Innovation Accelerator’를 운영할 예정이며 HT042는 참여 후보에 포함됐다. Accelerator에 진입하면 WHO와 각국 정부, 국제기구와 협력해 성장판 검사, 대사 건강, 성조숙 예방 등 공중보건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열린다.
이번 WHO 선정은 과학적 근거, 안전성, 제조·표준화, 공공성, 글로벌 확장성을 모두 충족한 결과로 한국의 전통의학·천연물 연구가 국제 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사건이다. 동시에 성장 연구의 중심을 영양이 아닌 ‘성장판 중심 생리 과학’으로 이동시키는 새로운 국제적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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