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달의 시간, 빠르게 흘렀지만 오래 머물렀던 마음들
퇴사 후의 네 달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갔다. 그 사이 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시도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일상을 통해 배웁니다’ 원고를 쓰기 시작했고, 전통찻집 리스트를 정리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그려보기도 했다. 카페 면접을 보며 전혀 다른 길에 도전해보았고, 자서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며 내가 좋아하는 ‘기록’이라는 세계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이 다양한 시도 끝에서 한 가지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은 다시 직장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은 언제까지나 하고 싶은 일만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 시간이 헛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고 싶던 일들에 마음껏 부딪히며 보낸 네 달 동안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나는 결국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흔들렸지만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정리’
직장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결코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퇴사 이후의 모든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보자. 그리고 이걸 원고로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보자.” 그 결심 이후 나는 다시 글쓰기의 흐름으로 들어갔다.
네 달 동안 내가 지나온 시간의 결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고, 과하게 부풀리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경험한 것들을, 느낀 감정을, 그 과정에서 움켜쥔 깨달음들을 단정하게 나열해 나갔다.
가까운 8월의 투고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처음부터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고, 방향성을 명확히 잡은 뒤 원고를 정리했다. 지금까지의 경험, 앞으로의 마음가짐,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진심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담아냈다.
글의 감정선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 초고에서는 담지 못했던 시간의 울림이 이번 원고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그 울림은 결국 결과가 아니라 “살아낸 과정”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 투고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회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몇 군데서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결과에 마음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과정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시도해보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이미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설령 이 원고가 바로 책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내가 또다시 자서전을 쓰게 될 때, 이 시간이 하나의 장면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을 품고 나면 지금의 여정도 미래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투고를 이어가고 있다. 도전의 씨앗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자라나는 법이다. 지금 보이지 않는 결과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내 앞에 결실로 나타날지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도전의 결실이 늦게 찾아오는 순간,
나는 그 시간을 ‘헛됨’으로 기록하고 있는가,
아니면 ‘또 다른 준비’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시간을 글로 담아낸 것만으로도 마음 한 자리가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다시 다짐한다.
“남은 여정도 잘 살아내자. 이 과정은 결국 나에게 쓰일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