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농지시장은 수년째 침체가 이어지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복잡한 규제, 까다로운 자격 요건, 지역 간 수요 불균형이 겹치며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농지 중개 현장에서는 “지금의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져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농지 연금, 자경의무, 거래 구조 등 핵심 제도의 ‘시장 친화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지연금은 고령 농업인의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장치지만 가입률은 여전히 낮다. 연금 산정 방식이 지역별 농지 가치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기대 수령액이 줄어드는 데다, 농업인들이 우려하는 ‘경영권 상실’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감정평가 체계를 현실화해 연금 산정액을 높이고, 농지 일부만 담보로 제공하는 ‘부분 전용형 농지연금’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한 농지와 농촌형 주택을 함께 담보로 활용하는 연계형 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자경의무 3년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크다. 본래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제도이지만 현재는 귀농·귀촌 희망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별 여건 변화도 커지고 있지만 현행 규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정 교육 이수 및 영농계획 제출 시 ‘준자경(위탁경영 가능)’을 인정하는 방식, 스마트팜·기업농 등 전문영농 주체의 승인제 도입, 고령화 지역에 한해 자경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거래 침체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지은행의 매입 구조는 고령농 중심이라 매물 종류가 제한적이고 매입 속도도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청년농·귀농 예정자의 요청을 반영해 수요 기반의 선제적 매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 접근성 역시 걸림돌로 꼽힌다. 농지는 일반 부동산에 비해 담보가치가 낮게 평가돼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LTV 상향과 초기 무이자 구간 등을 포함한 전용 금융상품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 비대칭 문제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공개되는 농지 정보는 지목·면적 등 기본 정보에 그쳐 실수요자의 판단이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토양 성분, 용수 접근성, 경사도 등 영농 적합성 평가 데이터를 포함한 정교한 정보 공개 플랫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30년간 농지 거래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는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와 복잡한 절차는 결국 농지 가치를 떨어뜨리고 지역경제까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농업 구조가 스마트팜·기업농·농촌 복합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농지를 보호 대상이자 생산 기반 자산으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농지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농지연금의 실효성 강화, 자경의무의 유연한 적용, 거래 환경의 구조적 개선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제도 개선이 현실과 조화를 이룰 경우 침체된 농지시장은 충분히 회복될 여지가 있으며, 농지 활용도 제고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순천 나라공인중개사 하혜경 기자 061-721-1112 hes110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