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저녁 식사 시간, 혹은 주말 오후의 공원 나들이.
우리는 종종 화목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닫힌 문 너머, 보이지 않는 유리벽 안에서 아이의 영혼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신체에 남는 멍이나 상처는 명백한 증거가 되지만, 마음에 새겨지는 깊은 흉터는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폭력, **정서적 학대**의 심각성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끊임없이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무관심. 이러한 행위들이 아이의 세상을 얼마나 어둡고 차갑게 만드는지, 우리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잔인한 상처, 정서적 학대
**정서적 학대**는 그 형태가 매우 교묘하고 은밀하여 '학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소유물처럼 대하며 통제하려는 태도, 아이의 작은 실수 하나를 가지고 인격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 형제나 친구와 사사건건 비교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행동 모두가 명백한 학대입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지만, 부모님은 늘 "그림 그릴 시간에 공부나 한 글자 더 해라", "그런 재능 없는 그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점차 스케치북을 숨기고, 자신의 꿈을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믿게 되는 것, 이러한 행동도 바로 대표적인 **정서적 학대의 예**입니다.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 법을 먼저 배우고, 세상은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깊은 불신을 내면화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의 성장 과정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타인을 믿지 못하고, 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억압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정서적 학대**는 한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아동학대**입니다.
가정폭력의 그늘 아래 시들어가는 아이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공포의 공간이 될 때, 아이들의 세상은 무너져 내립니다. **가정폭력**은 단순히 부부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형태의 **아동학대**입니다. 부모가 서로에게 가하는 폭언과 폭력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이는 아이의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심각한 손상을 줍니다.
폭력이 일상화된 집에서 아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옆에 있는 것처럼 늘 긴장 상태로 살아갑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가 세상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배우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그 분노와 무력감을 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하는 악순환입니다. **학대 아동**이 성인이 되어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이 끔찍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개입하고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이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학대 아동**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합니다. 현재 **학대 아동의 보호조치**는 신고 접수 시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고, 전문 기관을 통해 심리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특히 **정서적 학대**처럼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 아이의 작은 행동 변화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주변 어른들의 관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눈치를 많이 본다", "나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행동을 한다"와 같은 신호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남의 가정사에 끼어든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고가 아이를 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예방을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되기 전, 혹은 양육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훈육 방법과 자녀와의 건강한 소통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때리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많은 가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과 법적 제도의 역할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 더욱 힘을 얻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은 현행 **아동학대 처벌 수위**가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며, 가해자에게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합당한 **아동학대 처벌 수위**는 잠재적 가해자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줍니다.
더불어, **학대 아동의 보호조치** 역시 더욱 촘촘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와 분리된 이후 아이가 겪게 될 심리적 혼란과 불안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회복을 지원하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호일 것입니다.
매년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중요한 책임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관심은 단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용기가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정과 사회에 가득 울려 퍼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