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촉발한 지식 집약 사회의 도약은 피할 수 없는 문명의 진보이나, 이는 동시에 인간성 상실과 공동체 붕괴라는 공포를 낳고 있다. 폭주하는 AI 사회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지키는 대안은 '물질'이 아닌 '정신'의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 북미 원주민의 파우와우(Powwow)와 같이, 인간의 본질을 되찾게 하는 의식적 축제의 복원이 절실하며, 그 중심에 인류 문명의 근원인 '불'을 공유하는 바비큐가 있다. 바비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인간적 연대와 희망을 다시 불 붙이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 될 것이다.

1. 문명의 도약과 인간의 그림자 : AI 사회의 양가성
인공지능(AI) 혁명은 인류가 스스로 빚어낸 가장 집약적인 지식의 결정체이자, 문명의 비약적 발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거대한 지적 도약은 인류가 오랜 시간 염원해 온 풍요와 편익을 약속한다. 인간은 더 이상 단순 반복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지적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는 분명 인류 발전과 공영에 이바지할 문명의 선물이다.
그러나 모든 거대한 진보의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다. AI가 가속화하는 지식 집약사회는 역설적으로 인간성의 상실과 공동운명체의 붕괴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인 인간적 상호작용은 점차 잉여가치로 치부되고 부수적으로 취급된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독에 취해, 눈앞의 이익만 보며 그 이익을 위해 관계를 쉽게 끊고, 개별화된 스크린 속으로 서서히 침잠한다.
공동체가 무너진 사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마비된 사회에서 인간은 홀로 남겨진다. AI 사회가 가져올 물질적 풍요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안에서 인간적 연대가 상실된다면, 이는 결국 아무런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풍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공포.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이다. AI 사회는 이미 기정사실로 폭주하고 있는 거대한 열차와 같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그 폭주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2. 물질의 시대에서 정신의 시대로: 의식적 축제의 복원
인간을 지키기 위한 대안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그리고 물질이 아닌 정신적 위안에서 찾아야 한다. 급진적 기술 발전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었으나, 인간의 본질적 욕구와 사회적 존재 방식은 수만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타인과 함께하는 '의식(儀式, Ritual)'을 통해 삶의 의미를 확인해왔다.
북미 원주민들이 수백 년간 이어온 파우와우(Powwow)라는 공동체 축제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우와우는 단순히 춤과 노래를 즐기는 유흥이 아니라, 조상과의 연결, 부족의 정체성 확인, 그리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신성한 의식적 재현이다. 참가자들은 춤과 북소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재확인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희망을 공유한다.
우리 문화에도 이러한 의식적 공동체 축제, 곧 마을굿이나 두레 같은 전통이 풍부했으나,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명분 아래 대부분 사라졌다. AI 시대,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러한 사라진 '함께 모여 의미를 나누는 행위'를 복원해야 한다.
AI의 폭주는 피할 수 없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의 영혼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방파제는 결국 자주 모여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물질적 성취나 디지털적 연결이 아닌, 인간의 감각과 감정이 직접 교류하는 원초적인 장(場)이 필요하다.
3. 문명의 근원 : 불, 고기, 그리고 바비큐 연대
인간 문명의 역사는 불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은 추위를 막고, 야수를 쫓고, 가장 중요하게는 음식을 익혀서 소화 효율을 높임으로써 인류의 뇌용적(腦容積, Brain Capacity)을 확장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불을 나누고, 익힌 고기를 함께 먹는 행위는 인간의 지능 뿐 아니라 최초의 공동체를 탄생시킨 원초적인 의식이었다.
이러한 인류의 원형적 의식을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본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바로 바비큐(Barbecue)이다. 바비큐는 단순히 고기를 굽는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느림의 미학이다.
불을 피우는 행위는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 효율을 잠시 멈추고, 원초적인 불을 피우는 노동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일깨운다는 의미가 있다. 고기가 천천히 익는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화와 교감을 나눌 수밖에 없다.
바비큐는 작은 사냥감이라도 얻었으면 공동체가 골고루 나누어 먹으며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설계된 태초의 방식이다. 고기를 자르고, 나누고, 서로에게 건네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수백만년동안 이어 온 공동체 의식의 재현이다.
바비큐는 AI가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따뜻함과 연대감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현대판 파우와우이다. 불 앞에서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오랜 시간 익힌 고기를 뜯어먹는 원초적인 행위 속에서 우리는 AI가 빼앗아 간 인간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AI가 모든 것을 효율화 할 수록, 우리는 비효율적이고 인간적인 행위에 집착해야 한다. 바비큐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인간이 인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인 대안적 의식이다. 꺼져가는 인간성의 불씨를, 우리는 연기 자욱한 바비큐의 불꽃 속에서 다시 지펴 올려야 한다. 이 불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다시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기를 함께 굽고, 붕괴하는 공동체를 재건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
Shaka (차영기, 경기도 화성시, 샤카스바비큐)
프로바비큐어
바비큐 프로모터 겸 퍼포머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 회장
바비큐 작가
Korea Barbecue University
Korea Barbecue Research & Institute
이메일 araliocha@gmail.com(010-2499-92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