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이 이루신 52일의 역사, 느헤미야의 성벽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예루살렘의 성벽이 완전히 무너진 채 방치되었던 시대, 느헤미야는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무너진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사명을 맡았다. 느헤미야 6장 15절에서 성벽이 단 52일 만에 완성되었다는 기록은 역사적 사건이면서 동시에 신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하나님이 일하실 때 역사가 어떻게 뒤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적대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낙담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건축을 실패하게 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 일로 인해 하나님께서 성벽 재건을 주도하신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사건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세워야 할 성벽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여전히 사람의 방해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있는가?”
느헤미야는 성벽 재건의 시작부터 거센 방해를 받았다. 산발랏, 도비야, 게셈 등 주변 세력은 조롱하고, 협박하고, 거짓 편지를 보내며 느헤미야의 손을 약하게 하려 했다. 그러나 느헤미야는 방해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이 강하게 하시는 손”을 붙들었다.
그는 문제의 상황을 분석하면서도 두려움에 묶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도로 자신의 결단을 견고하게 했고, 백성들에게는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독려했다.
성벽이 52일 만에 완성된 것은 기술의 진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리더의 결단, 공동체의 동참, 하나님의 은혜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나타난 영적 사건이었다. 하나님의 역사는 빠르게 일어난다기보다 필요할 때 정확하게 완성된다.
이 점에서 오늘의 독자도 동일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일은 하나님의 손이 함께하시는 일인가?”
성벽 재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방해가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산발랏 무리는 처음엔 조롱으로, 다음엔 음모로, 마지막에는 느헤미야의 영적 불안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공격했다. 방해의 전략이 다양해지고 더 정교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장면은 영적 원리가 담겨 있다. 하나님의 일이 진전될수록 방해는 더 치밀해지고, 때로는 ‘합리적인 제안’처럼 가장된 공격이 다가온다.
느헤미야는 이러한 공격 앞에서도 한 가지 기준을 잃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판단했다.
초청이 있어도 목적이 불순하다면 나가지 않았고, 협박이 있어도 하나님께로 도망했다.
오늘의 신앙인에게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속적 제안과 관계의 압박이 ‘좋은 기회’, ‘합리적인 선택’처럼 포장될 때, 우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사명을 약하게 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느헤미야 7장 4절은 놀라운 사실을 드러낸다.
성벽은 완성됐지만 “성읍에는 거주민이 적고 집들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명은 건축과 동시에 끝나지 않았다.
도시는 있었으나 사람은 부족했고, 성벽은 세워졌으나 공동체의 영적·사회적 구조는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느헤미야는 성문지기, 레위 사람, 노래하는 자들을 세우며 예배와 질서가 흐르게 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종종 겉으로 보이는 성취(성벽)를 이루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 예배, 질서,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더 중요하게 보신다.
겉은 완성되었을지라도, 마음과 공동체의 영성이 비어 있다면 하나님의 도시는 온전히 세워졌다고 말할 수 없다.
오늘날 신앙인이 세워야 할 성벽은 예루살렘 성벽과 다른 형태를 지닌다.
우리 시대의 성벽은 흩어진 마음, 약해진 신앙, 무너진 관계, 파괴된 영적 질서 속에서 다시 일으켜야 할 가치들이다.
느헤미야의 이야기는 영적 회복이 외형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무너진 성벽은 개인 신앙의 회복일 수도 있고, 가정의 질서일 수도 있으며, 공동체 내부의 신뢰일 수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방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느헤미야는 말한다. “하나님의 손이 나를 도우셨다.”
오늘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 결과보다 사명, 사람의 평가보다 하나님의 시선이다.
느헤미야 6장 15절~7장 4절은 성벽 재건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를 확인하고, 그 후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계속 묻는 이야기다.
성벽이 완성되었지만 사람은 부족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영적 민감함을 요구한다.
믿음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적의 순간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를 끝까지 세우려는 마음이다.
오늘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무너진 성벽을 다시 세우는 부르심을 받았다.
그 일은 때로 52일처럼 빠르게, 때로는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일하시면 길은 반드시 열리고, 방해는 결국 진실을 드러내며, 공동체는 다시 살아난다.
그것이 느헤미야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