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치료학회가 11월 21일 국회박물관에서 ‘근거 기반 예술치료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예술치료의 공공성 강화와 법제화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양한 치료 방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 발달장애인, 트라우마 환자, 노인 등은 말로만 진행되는 상담으로는 정서적 어려움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이태원 참사와 재난 현장 근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 사례는 예술적 접근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예술치료는 뇌의 감정중추에 직접 작용해 정서 조절과 트라우마 완화를 돕는 과학적 치료 방식으로 평가된다. 여러 연구에서는 예술치료를 받은 트라우마 환자의 불안이 30% 이상 완화되고 우울증 재발률이 4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NHS와 미국 NIH, 호주, 캐나다 등은 이미 예술치료를 제도화해 병원, 학교, 교정시설, 재난 대응 현장에서 국가가 직접 제공하고 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모든 국민이 자신에게 맞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지와 교육, 문화예술을 결합한 공공정신건강 모델을 제시하고 예술치료가 국가 정신건강 체계 안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언어로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자폐 아동은 말보다 그림이나 음악으로 감정을 더 명확히 표현하고, 정서적으로 닫힌 청소년도 예술적 활동을 통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치매 노인은 언어 능력이 떨어져도 음악과 미술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다. 재난 현장 근무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예술 활동으로 안전하게 표출하는 사례도 많다.
임나영 한국예술치료학회 회장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언어치료 중심의 현재 체계를 넘어 예술 기반 접근이 공공정신건강의 필수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술치료 관련 대학 및 대학원 모집률이 줄어들며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 기반이 약해지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중앙대 광명병원 서정석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예술치료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서울시 서북병원 송은향 신경과 과장이 치매 환자를 위한 비약물적 치료 사례를 발표한다. 생태예술단체 에코오롯의 정은혜 대표는 예술치료의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는 강연을 진행한다.
패널 토의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고통에 예술이 치유의 언어가 되고 있다”, “예술치료는 근거 기반 과학이며 공공정책의 한 축이 돼야 한다” 등 정책적 메시지가 논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