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성벽 앞에 선 한 사람의 기도
— 느헤미야의 눈물이 시작한 회복의 역사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왕궁의 포도시중드는 관원이었다. 겉으로는 안정된 지위와 환경 속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고향 예루살렘에 있었다. 어느 날 동족 하나니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그의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예루살렘의 성벽이 무너지고 성문이 불탔다.” 이 소식은 단순한 도시의 파괴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수치를 당하고 있다는 영적 현실을 의미했다. 느헤미야는 그 자리에서 통곡했다. 그리고 곧장 금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회복의 역사는 언제나 현실의 절망을 직시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보다 먼저, 무너진 신앙을 보았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남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회개로 시작됐다. 그는 “나와 내 아버지의 집이 범죄하였나이다”라고 고백하며 민족의 죄를 자신의 책임으로 끌어안았다. 이 태도는 중보자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는 죄를 나누는 대신, 슬픔을 함께 짊어졌다.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는 언제나 남을 위한 중보에서 나온다. 느헤미야의 눈물은 개인적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영적 책임의 표현이었다. 오늘의 교회와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중보의 눈물’이다.
느헤미야는 절망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는 “주의 종 모세에게 명령하신 말씀을 기억하옵소서”라며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았다. 리더십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기억’에 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하셨는지를 기억할 때, 사람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느헤미야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자신의 기도를 세웠고, 그 말씀을 근거로 회복의 사명을 붙잡았다. 그의 리더십은 눈물에서 출발해 믿음으로 세워졌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단지 영적인 위로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곧 행동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 행동은 기도에서 시작됐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춘 자만이 세상 앞에서 담대히 일어설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와 신앙의 성벽이 무너지고 있다. 인간관계, 신뢰, 진리, 공동체가 모두 금이 간 시대다. 그러나 느헤미야처럼 한 사람이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할 때, 회복의 새벽은 열린다. 하나님은 여전히 기도하는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
느헤미야 1장은 ‘위기의 시작’이 아니라 ‘회복의 서막’을 보여준다. 그는 권력자가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물은 예루살렘의 돌을 다시 세웠고, 그 기도는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능력이 아니라 더 깊은 기도다. 무너진 성벽 앞에서 절망하지 말고, 그 앞에 무릎 꿇는 느헤미야처럼 다시 시작하라. 회복은 언제나 무너진 자리에서, 기도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