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 중국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유지하지만, 경제는 자본주의의 끝단을 달린다. 외형적으론 초강대국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불안과 체념이 뒤섞여 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곤도 다이스케는 이 모순의 나라를 ‘단어’로 해부한다. 그의 책 《요즘 중국》은 34개의 최신 신조어를 통해 오늘날 중국 사회의 얼굴을 드러낸다.
책이 다루는 단어들은 뉴스보다 생생하고, 통계보다 정직하다.
‘탕핑(躺平, 드러눕기)’은 경쟁에 지친 청년 세대의 체념을, ‘불계(佛系, 달관형)’는 무력하지만 평온한 자포자기를 상징한다. 반면 ‘백위병(白卫兵)’은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시민을 통제하는 권력의 상징으로 변했다. 또 ‘서조선(西朝鲜)’은 시진핑 체제를 향한 자국민의 풍자를 담고 있으며, ‘비단잉어(锦鲤)’는 SNS 시대의 행운과 욕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이 신조어들을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시대의 증언으로 읽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언어는 세 가지 층위를 갖는다.
대중의 삶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단어, 정권이 금지시켜 지하로 숨어든 단어, 그리고 관영 매체를 통해 의도적으로 퍼진 ‘공식 유행어’다.
‘탕핑’이 첫 번째라면, ‘백위병’은 두 번째, ‘비단잉어’는 세 번째에 속한다.
이처럼 언어는 중국 사회의 긴장과 균열을 그대로 반영한다.
책의 흥미로움은 냉철한 분석과 생생한 일상묘사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신조어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언어의 변화 속에는 정치의 그림자와 대중의 체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처럼 겉으로는 이상적인 구호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평등을 내세운 통제’라는 이중적 의미를 품고 있다.
《요즘 중국》은 단순한 언어 해설서가 아니다.
말 속에 숨은 사회의 심리학, 체제의 논리, 그리고 청년 세대의 불안을 포착한 르포이자 시대 진단서다.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유머가 있다. 일본에서 600회 이상 연재된 칼럼이 바탕이라 읽기 쉽고 흥미롭다.
“중국은 이상한 나라다. 하지만 말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첫 문장이 모든 것을 요약한다.
중국의 오늘은 어쩌면 우리의 내일일지 모른다.
‘헬조선’과 ‘탕핑’, ‘영끌’과 ‘불계’가 맞닿아 있듯, 《요즘 중국》은 이웃나라를 통해 동시대 아시아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