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식가는 맛을 잘 인식하는 사람이다. 미식가들은 맛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맛의 이해를 넓히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의 다양한 영역을 탐구한다. 요리, 음식 문화, 주방기구, 식탁에 놓이는 것에 대한 정보, 음식의 역사, 식재료 정보, 인테리어 그리고 서비스와 와인 등 음식과 연관된 영역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료들은 집약되어 정리된 것이 없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찾아서 공부할 정도이다.
미식가 공부는 범주가 너무 방대해서 기본적으로 1만 시간도 부족하다. 이러한 의미를 탐구한 전문가들이 있다. 맛 인식 훈련으로 뇌 변화를 연구한 자료이다. 장기간의 미각·후각 훈련은 실제 뇌 구조와 기능을 바꾸게 된다. MRI 연구에서 마스터 소믈리에들은 일반인 대비 우측 인슐라와 내후각피질의 용적/두께 증가가 관찰되었고, 경험량과 두께가 달랐다. 향 전문가(조향사) 연구도 후각 관련 회백질 용적이 전문성 수준과 함께 재구성됨을 보고했다. 이는 “어릴 때부터의 체계적 미각 훈련(주니어 미식가)”이 신경가소성에 기대어 전문성 축적을 가속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과정은 "마스터 소믈리에의 구조적 및 기능적 MRI 차이점" (Banks et al., 2016)”연구에서 설명하였다. 따라서 “미각·맛 인식 훈련이 뇌 구조·기능에 변화를 줄 수 있다”라는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미식가를 위한 1만 시간의 공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래서 40대 이전에는 미식가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미식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먹을 때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미식가의 핵심은 만족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만족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인식 방법을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평생 먹을 때마다 만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니어 미식가로 입문하면 먹을 때 만족이 높아진다. 맛의 인식 방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맛에 대한 취향이 굳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맛의 구조적 의미와 역할을 파악하면 맛의 취향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맛의 선택이 다양해지면 감각의 영역도 이에 맞게 활성화된다. 이러한 습관은 자신의 취미와 학습활동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그래서 선진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음식 예절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튼 스쿨(Eton College)은 영국의 기숙학교로, 1440년에 설립되었다. 여기 학생은 12~18세이고 약 1,200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튼 스쿨에는 전 세계의 수재와 상류층 자제가 입학한다. 졸업생 중에는 윈스턴 처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이 있다. 이튼 스쿨에서 식사 시간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튼 스쿨에서 추구하는 식사예절은 “학생들이 매일 함께 모여 식사하며, 사회적 교류와 협동 정신을 배운다.”라는 의미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단체로 식사를 하는 경험에서 학습·정서·식습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메타인지와 관련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연구한 자료에서는 가족과의 규칙적 식사는 우울감·문제행동·자존감·학습 몰입·성적(평점) 향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함께 먹는 문화는 사회성뿐 아니라 학습·정서 측면에도 실질적 이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튼 스쿨의 단체 식사는 "단합과 조화"를 중시하는 학교 철학과 연결된다. 그리고 엄격한 옷차림과 식사예절 교육을 통해 상류층 사회의 예절을 익힌다. 이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을 미리부터 배우고 있다. 이러한 음식 문화를 통해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교육이 맞물려 사회와 균형을 이루고자 한다. 이들이 원하는 궁극의 목적은 맛이 주는 만족을 먹을 때마다 배우고 익히는 것에 있다.
주니어 미식가는 음식의 문화와 역사보다는 맛의 인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맛은 몸의 반응으로 표현된다. 맛의 반응을 찾으면 또 다른 맛의 반응을 찾는 데 유리하다. 시각적·언어적 정보가 맛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UBC Library Open Collections) 여기에서는 “맛의 반응을 언어·표현으로 옮기는 과정이 맛 인식/표현 능력 향상에 유리하다”라고 하였다. 이는 언어·시각 단서가 맛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준다는 것에서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다.
미식가는 맛의 반응을 수없이 찾는다. 이러한 반응을 언어로 표현하면 또 다른 맛의 반응을 찾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렇게 맛을 표현하면 맛의 가치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주니어 미식가들의 핵심 사항이다. 이들은 맛의 의미를 주도적으로 생활에 접근시킬 수 있다. 맛의 느낌을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맛의 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느낌을 찾아 언어로 옮기는 것은 영재학습 영역이다. 주니어 미식가 과정을 청소년기에 받아들이면 평생 미식가로 살아갈 수 있다. 이튼 스쿨에서 배우고 익히는 식사예절도 중요하지만, 맛 인식의 능력 향상은 새로운 영역이다.
청소년기에 맛을 알면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 또한 많아진다. 이는 메타인지 학습의 기반이 된다. 주니어 미식가는 학습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되어 작용한다. 이는 모든 것이 인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인식의 구체적 과정을 섬세하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러한 인식 과정을 먹을 때 맛으로 연결하면 된다. 주니어 미식가는 AI 시대에서 필요한 새로운 문화이다.
맛 평가론 저자 조기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