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의 희망, 8%의 현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5년03월 외국인 유학생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졸업 후 진로 의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86.5%가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학사 과정의 유학생들은 90.8%가 한국 취업을 원하고 있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통계는 충격적이다. 실제 취업률은 7.74%에 불과했다. 희망률 86.5%와 현실 7.74% 사이에는 무려 78.76%포인트라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반면 같은 해 일본의 JASSO 통계 자료를 보면 2022년 일본은 44.3%로 우리나라보다 5.7배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51.6%까지 상승했으며, 2024년 유학생 취업자 수가 33만 6,700명이 취업에 성공하여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51% 취업률, 일본은 어떻게 해냈나?
일본의 성공 비결은 대략적으로 4가지이다.
첫째,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취업 지원 시스템이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를 중심으로 다국어 가이드북, 합동 기업 설명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는 '외국인 고용 서비스 센터'가 운영되어 무료 1:1 상담을 지원한다. 전국 544개소의 Hello Work 네트워크가 지역 기업과 유학생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둘째, 명확하고 신속한 비자 전환 제도다. 일본은 졸업 3개월 전부터 비자 전환 신청이 가능하며, 처리 기간은 2주~1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의 E-7 비자 전환은 기업의 스폰서 부담이 크고 최소 2~3개월이 소요되어 기업과 유학생 모두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셋째, 기업과 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이다. 교토대학 컨소시엄처럼 50개 대학과 지역 기업이 연합체를 구성해 공동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턴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율이 70%에 달한다. 외국인 취업 프로그램을 학점제로 운영하여 1학년부터 장기적인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며, 비즈니스 일본어와 기업문화 이해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넷째, 정부 주도의 통합 취업 포털 시스템이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기업 정보, 채용 공고, 비자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한다. AI 기반 기업-유학생 매칭 시스템과 실시간 Q&A 서비스로 정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유치만 하고 방치하는 대한민국
이번에는,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25만명을 넘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 정책 방향은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유치 이후 유학생의 학업, 졸업, 진로, 취업 등의 사후관리에 대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에게 한국은 유치만 하고 사후관리는 "나몰라라" 방치하는 이미지를 줄까 우려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자전환 절차와 외국인 구직자의 정보 부족을 가장 힘들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무역협회,2025,06) 외국인을 채용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전용 구직 사이트 정보가 미흡하여 유학생과 기업의 컨택 포인트 찾기가 쉽지 않다.
비자전환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절차적 완화가 필요하다. 법무부는 한시적이지만 올해 12월까지 비자전환 관련 절차 간소화 및 요건완화를 시행하고 있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어 완벽 + 한국 문화 적응 완료"를 원하는 모순이 있어 채용하는 기업 역시 외국인 이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과 생활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첫째, 영어트랙문제를 들 수 있다. 조선일보(2025.9.20)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60%가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지성 In&Out의 조사 결과, 4년제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언어능력 충족비율은 2021년 47.3%에서 2023년 47.4%로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둘째, 취업 프로그램의 형식화 문제이다. 아웃소싱타임스(2025.7.17)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0%가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활용률은 13%에 불과하다. "채용 지원은 있으나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우먼이코노미(2025.9.17) 역시 "국내 외국인 대학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명확한 취업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셋째, '유치만 하고 방치한다'는 구조적 문제다. 한국대학신문 사설(2024.6.21)은 "유학생 관리 책임을 대학에만 묻는 현행 체계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최근 2년간 학생 이탈률이 50%를 넘는 9개 대학을 제재했다(정책브리핑, 2024).
유치만 하고 방치한 결과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가 무엇이었기에 이렇게 다른 취업률의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에 JASSO가 있듯이 우리나라 정부도 K-Career Hub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외국인 유학생을 인재로 인식하고 유치->학업->취업->정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은 1학년부터 취업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국내기업 취업에 가장 필요한 한국어 학습과 조직역량은 정규 과목으로 개설하여 유학생 취업의 꿈을 현실로 연결해 줄 의무가 있다. 유치만 하고 방치한다는 무책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기업은 다양성 교육을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한다. 외국인도 우리나라를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 역시 외국인의 다양성을 존중 할 수 있을 때 협업하는 조직문화가 형성 될 것이다.
유학생은 1학년 때 부터 움직여야 한다. 4학년 되어 급하게 준비해서는 8% 안에 들 수 없다.
한국기업에 취업의사가 있다면 한국기업의 조직문화와 정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며 대학에서 주최 취업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8% 들어야 하는 나의 차별화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
25만 명의 미래를 놓치지 말자
86%의 희망을 8%의 현실로 만드는 것은 시스템의 실패다.
하지만 시스템은 바꿀 수 있다. 일본이 44%를 달성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25만 명의 인재가 우리 곁에 있다. 이들을 놓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치는 것이다.
필자소개
김선영, 써니힐 이앤더블유 대표
외국인 유학생 취업 및 기업 다양성 조직문화 전문가. 글로벌 인재 육성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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