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정호성 공인중개사입니다.
요즘 부동산시장을 보면 ‘전세사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고 주변에서도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많은 고객들이 계약을 앞두고 불안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전세사기의 피해 양상을 보면 사기꾼들의 수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인 계약처럼 꾸며져 있어 경험이 적은 세입자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계약 전에 몇 가지 절차만 더 꼼꼼히 확인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기본 확인’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공인중개사로서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약을 앞둔 분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현실적인 전세사기 예방 체크리스트를 공유하려 합니다.
1. 좋은 집보다 안전한 계약이 먼저다
전세계약은 ‘좋은 집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안전한 절차를 밟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이 조건은 지금 아니면 못 잡는다.”라는 말에 마음이 급해져 계약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건 확인입니다.
‘좋은 중개사’는 계약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이신가요?”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은 확인하셨나요?”
이 두 가지 질문이 전세사기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부동산 계약은 정보의 싸움이 아니라 절차의 싸움입니다. 단 한 번의 확인이 수천, 수억 원을 지킬 수 있습니다.
2.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두 가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기본 항목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매번 강조하지만 실제로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1) 등기부등본 확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민등록증이 있듯 건물에는 등기부등본이 있습니다. 현재 계약할 집에 근저당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소유권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할 때는 말소사항 전체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임대인이 소유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압류나 가압류의 흔적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위험한 이력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2)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확인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집과, 약간 아쉽지만 보증보험이 가능한 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은 내 전세금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라도 보증보험이 불가능하다면 그 집은 나중에 ‘인생 최악의 집’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증보험이 안 되는 집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세입자를 가장 강력하게 보호해주는 제도는 전세보증보험입니다.
3. 계약 체결의 순간, 신뢰를 문서로 남기는 법
계약 단계에서는 “서류가 곧 신뢰”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임대인의 진짜 신분입니다. 임대인의 이름, 계좌, 신분증, 등기부등본의 명의가 모두 일치하는지 반드시 대조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다르다면 계약을 잠시 멈추는 게 옳습니다.
명의자 본인이 참석하지 못하고 가족이 대신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임대인 본인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대리인 신분증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공인중개사사무소가 관할 구청에 등록된 곳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무소 내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등록증’이 게시되어 있어야 하며 ‘국토교통부 공인중개사 정보공개시스템’이나 각 지자체의 부동산정보포털을 통해 대표자 일치 여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는 법무부의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표준계약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충실히 반영해 분쟁 발생 시 공정하게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또 하나, 계약금과 중도금은 반드시 임대인 명의 계좌로 송금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약은 전세사기를 막는 작은 방패입니다. 예를 들어, 등기부등본 변동 시 계약 해지 가능, 보증보험 불가 시 계약 무효와 같은 특약 문구는 계약의 안전성을 크게 높입니다.
4. 계약 이후 보증금을 끝까지 지키는 절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잔금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 1) 등기부등본 재발급
- 잔금일 직전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아 새로운 근저당이나 소유권 이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잔금 및 열쇠 인도 절차
잔금은 가급적 임대인 명의 계좌로 이체합니다. 이체가 완료되면 즉시 열쇠 인도 및 공과금 정산을 마무리합니다.
3) 전입신고 + 확정일자 필수
입주 즉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이 두 절차를 완료해야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세입자가 됩니다.
4) 전세보증보험 가입
계약이 아무리 완벽해도 세상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은 그 예외를 막아주는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마무리하며
전세사기는 법의 허점을 노리는 범죄지만 그 시작은 대부분 ‘확인하지 않은 작은 부분’에서 비롯됩니다. 계약에서 신뢰는 기본이지만 신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류로 증명된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계약은 안전해집니다. 공인중개사의 역할은 단순히 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계약을 모두 안전하게 이어주는 일,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람 중심 중개’의 진짜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칼럼을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정호성 공인중개사의 ‘사람과 계약을 지키는 중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