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갇힌 세대... 청소년 중독, 누가 그들을 구할 것인가”

“디지털 자궁 속에서 자란 세대, 중독은 필연이었나”

“알고리즘의 덫. 기업이 설계한 중독 구조”

“구출의 열쇠는 공감과 교육에 있다”

청소년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는 시간은 하루 몇 시간이나 될까. 서울의 한 고등학생은 “스마트폰이 손에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낸다고 했다. SNS를 확인하고,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제 스마트폰은 청소년의 일상 그 자체가 됐다.

 

문제는 그 일상이 점점 중독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년 디지털 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디지털 의존 위험군 비율은 24.7%로, 성인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중독이 단순한 ‘습관’이 아닌 ‘사회적 질병’의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불안,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부작용이 청소년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사진: 스마트폰 화면의 빛에 둘러싸인 청소년의 실루엣, 챗gpt 생성]

오늘날의 청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전문가들은 이들을 ‘디지털 자궁 세대’라고 부른다. 유아기부터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잠들었고, 초등학생 시절엔 태블릿으로 수업을 들었다. 이들에게 오프라인은 낯설고, 디지털은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가 됐다.

 

김미혜 박사(행복한 가족 상담센터)는 “지금의 청소년은 중독되지 않는 게 오히려 비정상일 정도로 디지털 환경에 깊게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청소년의 중독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세대의 조건이자 시대의 구조가 됐다.

 

문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존감과 정체성을 디지털 속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SNS의 ‘좋아요’ 수가 자신의 가치 척도가 되고, 게임 속 성취가 현실의 불안을 잠재운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 존재 확인의 창’이 됐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디지털 공간이 유일한 안식처로 인식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기업이 설계한 정교한 알고리즘의 덫이 존재한다.
SNS, 게임, 동영상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릴수록 수익이 증가한다.
 

기업은 이를 위해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해 더 자극적이고 흥미를 끄는 영상을 연속적으로 추천한다. 틱톡은 짧은 영상으로 강한 도파민 반응을 유도해 집중력을 흡수한다. 이른바 ‘집중의 경제(attention economy)’ 속에서 청소년들은 기업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를 ‘알고리즘 중독’이라고 부른다. 김미혜 박사(행복한 가족 상담센터)는 “플랫폼은 인간의 심리적 보상을 이용해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 있다”“특히 미성숙한 청소년의 뇌는 이런 자극에 훨씬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부터 ‘디지털 중독’을 공식적으로 공중보건 위협 요인으로 분류했다. 청소년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윤리, 정책, 기술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중독 문제는 단순히 ‘절제 훈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종종 외로움과 불안을 달래기 위한 정서적 표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중독을 ‘위로받지 못한 외로움의 다른 이름’으로 본다. 

 

그만큼 문제의 본질은 통제보다 공감에 있다. 가정에서는 ‘스마트폰 금지’ 같은 일방적인 규제보다 함께 사용하는 방식의 대화가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녀와 눈을 맞추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단순한 중독 예방 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학생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시행 예정인 ‘디지털 웰빙법’은 청소년의 과의존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데이터 윤리 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독의 원인이 개인에 있지 않다면, 해법 역시 사회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더 이상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어른들이 만든 사회 구조의 결과이자,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스마트폰은 청소년에게 소통의 수단이자 고립의 도구가 됐다.
 

그들을 구하는 길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시작된다. “청소년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 손을 다시 잡아주는 것. 그것이 진짜 해법이다.”

 

 

 

 

 

 

작성 2025.11.11 12:12 수정 2025.1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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