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대표 과일인 사과가 올해 유난한 가을 장마와 이상기온 탓에 ‘금사과’로 불릴 만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통계청 격인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사과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21.6%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4%)의 9배 수준으로, 주요 농축수산물 중 찹쌀(45.5%) 다음으로 높은 상승폭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작년엔 만 원이면 한 봉지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같은 양에 1만5천 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가을 이어진 긴 장마와 병해 발생이 생산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사과 수확기에 비가 잦고 일조량이 줄면서 낙과율이 높아졌고, 크기가 작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이 많아졌다. 그 결과 시장 출하 물량이 줄며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10월 사과(양광 품종) 도매가격은 10kg당 6만3700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8.6% 인상됐다. 이는 최근 5년 평균가(4만5344원)보다 40.5% 비싼 수준이다.
도매가 상승은 소매가로 즉각 전이되어 소비자 가격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사과뿐 아니라 배, 감귤 등 다른 과일류도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과일 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사과를 포함한 5개 주요 과일(사과, 배, 감귤, 바나나, 포도)을 묶은 과일 물가지수는 146.00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5% 오른 수치로, 전체 22개 품목 중 식용유지(155.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사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기후 영향으로 저장 물량이 예년보다 적기 때문이다. 농업경영전문가인 이택호 교수(수원대)는 “11월 이후에도 공급이 빠듯해 당분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산지 출하 조정과 비축물량 방출을 병행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완화될 때까지 구매 시기를 조절하거나 소포장 제품, 다른 제철 과일로 대체하는 등 소비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