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불과 2주 만에 시장에 파고들었다.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절벽’ 상태에 진입했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6.4로 4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공급은 급격히 줄어드는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재현된 것이다.
이번 ‘10·15 대책’은 가계부채 억제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세제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며 전세시장에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신규 계약은 거의 없고,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으로 버티는 상황”이라며 “거래가 막히니 매물은 줄고, 집주인들은 전세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포·성동·광진 등 중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전세매물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된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은 대책 발표 전보다 약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시장 반응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수원대학교 부동산학전공 노승철 교수는 “이번 전세난은 단순히 대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부족과 시장 신뢰 하락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이어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임대 물량을 줄이고 거래를 경직시켰다”며 “공급 확대 없이 규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접근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또 “전세수급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시장의 경고등”이라며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기 대출 완화, 세제 조정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공공임대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도 그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가격지수는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석 달 만에 5% 이상 전세금이 오르기도 했다. 강서·양천·송파 등 주요 생활권에서는 전세금 인상 요구가 잇따르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전세대출 상환 압박이 겹치면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동시에 나온다.
한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가격 억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시장의 체질을 바꾸기 어렵다”며 “민간 임대사업의 활성화, 세제 지원, 금융 접근성 개선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불안 심리는 높아지고 있고, 중개업소에는 ‘살 만한 전세가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노승철 교수는 끝으로 “부동산 시장의 신뢰 회복 없이는 정책의 실효성도 담보되지 않는다”며 “거래와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정부가 제시한 모든 지표는 일시적인 안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은 시장을 압박하기보다 풀어줄 시점”이라며 “정책 신뢰 회복과 유연한 금융 지원이 병행될 때 전세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15 대책’ 시행 2주 만에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 부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임차인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수원대학교 노승철 교수는 이번 전세난을 “공급 부족과 시장 신뢰 하락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며, 공급 확대·금융 유연성·공공임대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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