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시간에도 일하시는 하나님
에스라 4장 24절은 이렇게 말한다.
“이에 예루살렘에서 하나님의 성전 역사가 그쳐서 바사 왕 다리오 제2년까지 이르니라.”
이 한 구절은 믿음의 사람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왜 하나님은 성전이 중단되도록 허락하셨을까?
하나님의 백성이 회복의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일을 왜 멈추게 하셨을까?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 생활에서 해방된 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성전을 다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주변 민족들의 거짓 고발과 정치적 음모로 인해
바사 왕 아닥사스다는 성전 재건 중지를 명령했다.
그 순간, 사람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역사는 결코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사는 멈췄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살아 있었다.
하나님은 이미 예레미야를 통해 “칠십 년 후에 너희를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하셨다.
그 약속은 인간의 방해와 정치의 명령으로 바뀌지 않았다.
에스라서의 침묵기 동안, 하나님은 백성의 믿음을 다듬고 있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
기도의 응답이 늦어질 때,
계획이 중단될 때 우리는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느낀다.
그러나 하나님은 잠잠히 역사하시는 중이다.
멈춤의 순간은 훈련의 시간이며, 준비의 시기다.
아닥사스다 왕은 재건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은 절대적인 권력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결정조차 자신의 계획 속에 사용하신다.
하나님은 다리오 왕 때 다시 성전 공사가 재개되도록 역사하셨다.
그 기간 동안 사람의 권력은 바뀌었지만, 하나님의 뜻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사건은 신앙의 본질을 가르친다.
“신앙은 상황이 아니라 주권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사람은 중단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눈앞의 막힘이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일의 시작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에스라 4장의 ‘침묵의 16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믿음을 다지는 시기였다.
하나님은 “일을 멈춘 시간”을 통해 “사람을 세우는 시간”으로 바꾸셨다.
우리의 삶에서도 하나님은 기다림을 사용하신다.
때로는 응답이 늦어지는 이유가
우리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응답하신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은 “언제”보다 “누가 일하시는가”를 바라본다.
에스라 4장은 인간의 계획이 멈춘 자리에서도
하나님의 손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침묵의 시간”은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그분의 섭리의 무대 전환이었다.
하나님은 기다림 속에서 더 큰 회복을 준비하신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비슷하다.
기도가 멈춘 듯 보일 때, 하나님은 들으시며 일하신다.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분의 계획은 깊이에서 조용히 진전되고 있다.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은 이렇게 고백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신다.
그분의 침묵은 일하심의 다른 형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