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은 1/N이 아닙니다.
10월은 바자회의 계절입니다. 사회복지기관, 병원, 동주민센터, 친목을 도모하는 소모임들, 교회, 성당, 사찰 등 다양한 곳에서 바자회를 진행합니다.
바자회는 국립국어사전에 이렇게 정의합니다.
바자회 : 공공 또는 사회사업의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벌이는 시장
공공 또는 사회사업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벌이는 일시적 장터지요.
필자도 지난 주말 바자회에 참여했습니다. 필자가 생활하는 동네에는 따뜻한 공동체문화가 있습니다. 발산동 교회연합회(이하 발산교동) 주관 바자회입니다. 서울시 강서구 발산동에 있는 초교파 교회들이 연합하여 바자회를 개최합니다. 수익금은 발산동주민센터를 통해 발산동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전달합니다. 교회연합회를 기금을 모아 동주민센터를 통해 공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 귀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발산 교동 연합모임은 지역에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네트워크 모임입니다. 격년에 한번은 연합바자회, 한번은 자선 음악회를 진행하여 기금 마련을 합니다. 우리 지역의 자랑입니다.
성서에
"형제가 연합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얼마나 보기 좋은가"(시편 133: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연합함이 당연하다 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만큼 연합함이 쉽지 않습니다.
발산교동 개별교회들의 사정은 다 다릅니다. 당장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성되는 바자회 티켓분배는 당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판매 품목을 사전에 모으고, 판매 가능 여부를 위해 분류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바자회에서 빠질 수 없는 당일 먹거리를 준비하는 품목도 잘 분배해야 합니다. 그중 일손이 많이 가는 품목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동 연합회 바자회는 격년에 한 번씩 준비하기에, 준비한 이들이 매번 교체됩니다. 일반회사처럼 전임자개념이 잘 없습니다. 지난번 기록이 있을 뿐이지요.
준비하다 보면 어떨 때는 연합보다는 단독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율하는 것이 더 품이 많이 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바자회 보다는 국가 재난 재해 때 특별헌금을 하듯, 과정 비용을 절감하고, 기회비용을 생각해서 발산 교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금 마련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의 티켓 할당과 준비 과정에 손이 많이 가 보이는 먹거리 판매대 잔치국수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바자회에서의 다량의 의류, 잡화, 생필품 판매대를 맡게 되었습니다. 전체 부스의 과반에 해당하는 천막 설치와 테이블 부스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예년에도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다량의 티켓를 교회 내에서 소화하기 위해 분배를 위한 남녀신도회 모임으로 바자회준비를 합니다.
항상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매번의 행해왔던 방식인 연령대별로 조직된 모임에 할당이 되는 순간이라 당연한 순서이자 방법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대와 세대가 변해가는 시기에, 효율과 효과에 대한 잠재적 질문에 답이 필요합니다. 티켓의 분배와 함께 동시에 과정의 일들을 설명해야 합니다. 물품을 모으고, 판매 가능 품목과 불가능 품목을 분류하고, 물품을 지원받기 위한 노력, 그리고 행사 당일 부스(천말, 의자, 탁자) 를 설치하고,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고 가스를 설치합니다. 행사를 종료하면 동일하게 모든 물품을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원위치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묻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들이 있는데 굳이 예전 방식의 바자회라는 방식을 고수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이처럼 공동체의 연합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의미를 부여함이 필요합니다.
발산 교동에서 우리가 하는 담당하는 역할은 버팀목의 역할입니다. 발산교동바자회에서 우리가 감당하는 수고로움은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이들이 쉼을 얻고, 비를 피하고, 버팀목이 되어 주는 역할입니다.
연합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1/n으로는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연합은 필연코 쏠림의 역할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공익을 위한 연합의 자세와 의미 부여는 1/n보다는 쏠림을 당연시하여야 합니다.
전제할 것은 누군가의 버팀목에 힘을 얻은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버팀목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 큰 나무이지는 않습니다.
발산교동바자회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연합하는 여러 교회들의 각자의 쏠림의 역할을 잘 감당하였습니다.
물량으로 마음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연합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바자회를 통해 기금 마련 목적을 하였지만, 실상은 과정에 의미가 더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함께 도모하여야만 가능한 일들은 함께 함으로 연합의 힘으로 앞으로 가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각자도생의 사회의 정점에 있습니다. 작은 것도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출퇴근길에서 차선 변경 양보마저도 끼어들기를 용납해 주지 않는 시대에 각자의 분량으로 연합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쳐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기금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
국수가 참 맛있었습니다. 옆 부스의 떡볶이도 맛있었습니다. 또 다른 부스에서 판매한 밤이 참 맛났습니다. 김도 좋았고요, 빵도 맛있었습니다. 구입한 아이들 장난감은 더할 나위 없는 장남감입니다. 많은 교회들의 기부 품목으로 저렴하면서도 필요한 물품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기금을 마련하였습니다. 발산 교동의 교회들은 단풍이 아름다운 토요일을 그렇게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조건 없는 나눔 행사를 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을 성서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형제가 연합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얼마나 보기 좋은가"(시편 133:1)”
바자의 최대 성과는 ‘올해도 우리는 연합’을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함께 하는 수고로움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연합 #발산교동연합 #바자회
■ 저자 소개
▷ 대표 이력 : 25년간 사회복지사로 민간, 공공, 행정기관에서 일함.
진심 담은 삶의 이야기 글쓰기 작가
▷ 대표작 :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서울 하늘에 UFO가 등장하면 누가 담당인가요?』 저자
▷ 이메일 등 :
bibleprey@hanmail.net, https://www.facebook.com/bible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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