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비’, 환향녀의 비극과 인조의 내면을 통해 인간의 고뇌를 그리다

‘홍제천에서 몸을 씻으면 환향녀의 과거는 불문에 부친다 이르라.’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연극 ‘나비’는 관객들을 역사 속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극은 병자호란 이후 환향녀들의 비극과 인조의 내면을 조명하며, 잊혀진 여성들의 상처와 인간의 고독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날, 그녀들은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는 메시지는 개인과 사회, 국가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작품은 인조와 대신들, 인조와 소현세자, 인조와 환향녀들의 갈등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국정, 가정, 민중이라는 세 가지 힘이 충돌하는 가운데, 인조의 내면적 갈등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외로움을 상징한다. 무능한 임금으로 기록된 인조의 모습은 시대의 한계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을 비춘다.


극단 더블스테이지의 ‘나비’는 전통음악, 한국무용, 연극을 결합한 실험적 무대를 선보인다. 꿈과 현실, 기억과 환영을 넘나드는 무대 언어로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묻는다. 본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년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2차 제작과 레퍼토리화를 추진 중이다.


연출 김동민은 “금의환향했어야 할 그녀들이 ‘환향녀’로 불리게 된 현실은 찢어진 나비의 날개처럼 아프다”며 “‘나비’는 인조와 환향녀들의 심리와 시대의 혼란을 전통음악, 무용, 영상으로 겹겹이 표현한 작품으로, 오늘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의 연약함을 성찰하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짧지 않은 상처의 시간을 함께 건너간다면, 그날 우리는 다시금 ‘나비’를 보게 될 것이다.

작성 2025.11.04 09:31 수정 2025.11.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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