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한국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가 국제정치적 파급력을 발휘하며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 복원을 위한 무대이자, 한국에게는 안보와 경제의 교차점에서 균형 감각을 시험받는 외교적 현장이 되고 있다.
이번 APEC은 미국이 직면한 다중 외교 전선 속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 러시아의 전쟁 장기화, 중동 하마스 사태,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기술 패권 경쟁 등은 모두 미국 외교의 복잡한 난제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동맹국 결속과 리더십 복원을 위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
국제정치적 파급효과 — 긍정적 전망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번 APEC은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고 동맹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며 안보 신뢰를 높였고, 일본·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견제 효과를 확대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무역 규범을 주도하면서,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맞서는 미국의 주도권이 부각되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등 비전통 안보 의제에서도 미국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강조되며 국제사회 내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국제정치적 파급효과 — 부정적 전망
반면, 이번 회의가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APEC에서 대중 견제 메시지를 강화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 경제적 이해관계와 안보 동맹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또한 러시아·중동 문제의 불확실성은 미국의 외교 자원을 분산시켜 동맹국 지원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이 여러 전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리더십 피로’가 발생할 경우, 이번 APEC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메시지 발신 무대가 자국이라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중견국 외교’의 자율성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 전망과 정책 함의
결국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양면 외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 복원과 동맹 결속이라는 긍정적 성과를 거두는 반면, 미·중 갈등 심화와 다중 전선 부담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한국은 이러한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 실익 중심의 외교 노선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
한국은 공급망·디지털 무역 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안보·경제 균형 외교를 통해 미·중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APEC을 비롯한 다자외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국제 중재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는 상징적 장면이지만, 그 여파는 한국 외교의 시험대로 이어질 것이다. 리더십 복원과 외교적 부담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한국이 보여줄 균형 외교의 묘수가 향후 동북아 질서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