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자원 전쟁이 금융과 통화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의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은(銀) 가격이 폭등하며 새로운 ‘통화 전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런던 현물시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숏 스퀴즈(공매도 포지션 청산 압박)는 은값을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온스당 53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월요일 런던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급격히 고갈되면서 은 임대료가 3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은을 빌려 매도하던 세력이 큰 손실을 입고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런던과 뉴욕 간의 가격 차는 온스당 1.6달러에 달하며, 일부 거래에서는 뉴욕 현물가보다 3달러 이상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급격한 수요 폭증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항공편을 이용해 대서양을 건너 은괴를 긴급 운송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폭등세는 단순한 투기 과열이 아니라, 세계 금융 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수요 급증으로 현지 은괴 재고가 고갈되자, 글로벌 공급망은 일시적으로 경색되었다. 이로 인해 런던 시장의 1개월 임대료가 폭등하고, 이는 다시 은 가격의 단기적 급등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은의 폭등은 금, 백금, 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 시장에도 불을 붙였다. 금은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하며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백금과 팔라듐 역시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입과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등 지정학적 요인에 힘입어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은 랠리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통화 안정화를 위한 은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 유동성 긴축이 완화되는 순간 급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 실현에 나서거나, 숏 포지션을 다시 구축하는 경우 은 시장은 금보다 훨씬 작은 규모 탓에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은 가격은 최고점에서 다소 조정을 받으며 온스당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통화 전쟁의 흐름 속에서 은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닌 ‘금융 방어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각국의 중앙은행과 민간 투자자들이 금 다음으로 눈을 돌리는 새로운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결국 이번 은 폭등은 단순한 시장 이벤트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균형과 신뢰 위기를 드러내는 하나의 경고음이다. 달러 패권 약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불안 속에서 금과 은이 다시 ‘진짜 돈(real money)’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