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저출산과 사회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국회는 ‘국가 재건립부’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애국 시민 생산소’, 일명 ‘아기공장’을 설립한다. 이곳에서는 여성에게 두 아이를 의무적으로 출산하게 함으로써 인구소멸 문제와 여성의 국방 의무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법안이 시행된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전을 위한 제도지만, 그 속에는 자유를 잃은 인간의 비극이 숨어 있다.
이 문제적 설정을 현실적인 감정으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연극 ‘연극아기공장’이다. 오는 11월 15일(토)부터 16일(일)까지 신촌 극장 PLOT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주)옐로우클립과 극장 PLOT이 주최한 예술공모전 〈PLOT STAGE〉의 선정작으로, 사회적 화두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아기공장’은 국가 제도의 이름 아래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인류의 근본적 가치인 ‘자유’와 ‘존엄’이 ‘행복’이라는 명분에 의해 재정의될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작품은 애국 시민 생산소에 첫날 입소한 한 여성의 하루를 통해 이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국가의 명령에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점점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을 잃어간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강민형 연출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결국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없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자살, 도박, 고립, 재난 등 사회적 이슈를 다뤄왔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 내면의 결핍과 사회 구조의 모순을 교차시켰다. 강 연출은 “‘연극아기공장’은 저출산이나 제도 그 자체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회의 초상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멋지다고 느끼지 못할 때, 사회는 병들고 공동체는 붕괴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차갑고 규격화된 공간은 공장 시스템을 상징하고, 조명과 사운드는 인간의 감정이 억압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등장인물은 두 명이지만, 그들의 대사와 침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거대한 사회를 은유한다. 배우 한지은은 국가 제도 안에서 무너지는 개인의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허유미는 저항과 깨달음의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준다.
작품의 흐름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후반부의 독백 장면은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나는 지금,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대사는 단순한 연극적 장치가 아니라, 관객을 현실로 끌어내는 강렬한 울림으로 작용한다.
공연은 10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만 12세 이상 관람가다. 전석 20,000원으로 **NOL티켓(인터파크)**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특히 11월 15일 14시와 18시 공연 종료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GV)가 마련돼, 연출가와 배우들이 작품의 철학과 제작 과정을 직접 공유할 예정이다.
‘연극아기공장’은 저출산이라는 사회 문제를 단순한 통계나 뉴스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행복이 제도화되고, 자유가 숫자로 환산되는 시대에 과연 인간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작품은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하면서도, 그 안에서 ‘진짜 인간다움’을 되찾으려는 희망을 품는다.
‘연극아기공장’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나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인구감소와 사회 불신의 시대, 이 연극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있습니까?”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관객은 무대 위 한 여성의 눈빛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예매 링크: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25014511
문의: 010-7647-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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