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방패로 나라를 지킨 히스기야, 하나님께서 싸우시다”
히스기야는 유다 역사에서 보기 드문 개혁 군주였다. 그는 성전 예배를 회복하고, 무너진 신앙의 기초를 다시 세웠다. 백성들이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예배의 질서를 바로잡았으며, 나라의 법과 제도를 하나님의 율법에 기초해 개혁했다. 하지만 하나님께 헌신한 그에게도 거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의 왕 산헤립이 유다를 향해 진군해 온 것이다.
앗수르는 당시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수십만 대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유다는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누구라도 절망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두려움 대신 믿음을 붙잡았다. 그는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하되, 궁극적인 구원은 하나님께서 주실 것임을 확신했다.
히스기야는 위기 속에서도 냉정했다. 그는 성 밖의 수원(水源)을 끊어 적이 물을 얻지 못하게 하고, 성벽을 보강했다. 군사적 대비를 철저히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히스기야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앗수르 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로 인하여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가 저와 함께하는 자보다 크니라.”
그의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히스기야는 실제로 하나님을 전쟁의 주체로 믿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바로 그 한계가 믿음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되,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을 의지한 사람”이었다.
히스기야의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그는 두려움에 휩싸인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님께 시선을 돌렸다. 성 밖의 방어선을 정비하는 동시에, 성 안의 신앙을 다시 세웠다. 예배가 회복된 도성은 단순히 성벽으로만 지켜지는 도시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유다의 진정한 방패였다.
히스기야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군사적으로 준비하면서도 ‘진짜 전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에게 믿음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전략’이었다.
히스기야는 이사야 선지자와 함께 하나님께 간구했다. 두 사람의 기도는 절박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들은 하나님께 호소했다. 성경은 그들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어 앗수르 군대의 장수와 용사들을 치셨다고 기록한다.
아침이 되었을 때, 유다 성벽 밖에는 시체만이 널려 있었다. 하나님께서 싸우셨다. 전쟁은 인간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믿음의 나라가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히스기야의 이야기는 믿음이 곧 현실 도피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피하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그 위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다. 믿음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되, 그 현실 너머의 하나님을 신뢰하는 힘이었다.
오늘날 성도들도 히스기야의 이야기를 통해 동일한 교훈을 얻는다. 믿는 사람이라도 고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난 속에서의 반응은 달라야 한다. 하나님께 엎드릴 때, 인간의 불가능은 하나님의 가능성으로 바뀐다.
히스기야의 시대처럼, 지금도 하나님은 믿음의 방패를 든 사람들과 함께 싸우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