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분석] '여자 아베' 다카이치 시대 개막: 일본 첫 여성 총리의 탄생, 한반도에 드리운 '강경 보수'의 그림자
정치·외교 전문가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 상존, 한일 관계 경색 불가피"… 경제 전문가 "아베노믹스 계승, 엔저 심화로 韓 수출 경쟁력 위협" 경고
【도쿄/서울 국제 정세 분석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선출되면서,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21일 국회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해 제104대 총리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강력하게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은, 단순히 일본 국내 정치를 넘어 동북아시아 지정학과 한국의 외교 및 경제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본 기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인물 배경을 살피고, 그녀의 취임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정치·외교 전문가, 경제학자, 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Ⅰ. 다카이치 사나에: '여자 아베'의 정치적 DNA
1. 강경 보수와 아베 노선의 계승자
나라현 출신의 10선 의원인 다카이치 사나에는 비세습 정치인으로서 자민당 내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고베 대학 졸업 후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한 그녀는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총무대신, 경제안보담당대신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그녀의 핵심 정치 노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헌법 개정: 평화헌법 9조 개정을 통한 ‘보통 국가’로의 전환과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이다.
역사 인식: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본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으로 간주하며 정기적으로 참배해왔다.
경제 안보: 경제안보담당상 시절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여 공급망 강화와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주도했다.
2. '사나에노믹스'의 뼈대
다카이치 총재는 자신의 경제 정책을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라 칭하며, 아베노믹스의 기본 골격인
①과감한 금융완화, ②재정지출 확대, ③성장 전략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 번째 화살을 ‘과감한 위기 관리 투자 및 성장 투자’로 변경하여, AI, 반도체, 핵융합, 방위산업 등 국가 전략 분야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전략적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적극적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Ⅱ. 정치·외교 전문가 진단: 한일 관계의 '적신호'
1. 역사 및 영토 문제 재점화 우려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은 한일 관계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을 높인다.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과거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한 그녀의 강경한 태도가 양국 관계에 지속적인 마찰을 일으킬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야스쿠니 참배 리스크: 다카이치 총재는 각료 시절 야스쿠니 참배를 이어왔으며, 총리 취임 후 참배를 강행할 경우 이는 2013년 아베 전 총리 이후 현직 총리의 첫 참배 사례가 되어 한중 양국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하고 관계를 단번에 경색시킬 수 있다.
영토 도발 수위 격상: 그녀는 독도와 관련하여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장관급 인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기존 내각보다 영유권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일 정상회담 및 외교적 대화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2. '실용 외교'의 한계와 안보 협력의 딜레마
일부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북중러 밀착 구도와 미국의 관세 압박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실용 외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그녀 역시 "한미일이 협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으나, 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안보 협력의 틀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자세로 해석한다.
쿼드(Quad) 및 한미일 협력: 다카이치 내각은 미일 동맹을 최우선으로 강화하고,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쿼드 등)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안보 측면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역사 및 영토 문제에서 일본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Ⅲ. 경제학자·투자 전문가 분석: '슈퍼 엔저'의 재림과 한국 경제의 위협
1. 금융 완화와 '엔저 심화' 전망
다카이치 총재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적극적 재정 확대와 과감한 금융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은 엔화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에 즉각 반응했다.
일본은행(BOJ)의 독립성 약화: 경제학자들은 다카이치 총재가 물가 상승에 대응하려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장기간 저금리 환경을 유지하고 엔화 약세(엔저)를 심화시켜 일본 증시에는 단기적인 훈풍('다카이치 트레이드')을 불어넣을 수 있다.
원-엔 환율의 동조화: 투자 전문가들은 엔저 심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원-엔 환율의 동조화'라고 지적한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 수출 경쟁을 하는 한국 원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엔저 심화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하고, 특히 일본과 경쟁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2. 전략적 투자 강화와 한국의 대응
다카이치 내각이 AI, 반도체 등 국가 전략 분야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이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과의 기술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
경제 안보 경쟁: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경제안보담당상으로서 대중국 경제 견제 정책을 주도해왔다. 그녀의 취임은 경제 안보 분야에서 한일 간 협력의 틀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핵심 기술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일본의 전략적 투자 방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초격차 기술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Ⅳ. 결론: '강한 일본' 건설에 맞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탄생은 일본이 '강한 일본' 건설을 위해 강경한 보수 노선과 적극적 재정 정책을 결합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사건이다. 다카이치 시대는 한국에게 외교적 갈등의 ‘상수화(常數化)’와 경제적 경쟁 심화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겨준다.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감정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안보 협력의 실리는 취하되 역사·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엔저 심화와 일본의 전략적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환율 시장 안정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카이치 시대의 한일 관계는 역대 어느 때보다 ‘실리 중심의 냉철한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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