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초의 침묵, 그리고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경고

수집된 데이터의 99.5%,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잠든 가능성

보이지 않는 데이터, ‘다크 데이터’가 결정하는 미래의 방향

데이터의 양이 아닌 통찰의 깊이, 질문의 질이 혁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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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초의 침묵, 그리고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경고


챌린저호가 남긴 질문: "우리는 정말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가?“

 

1986년 1월 28일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된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는 폭발하여 승무원 7명이 사망했다.
챌린저호의 발사 전 원격회의에서 검토된 데이터


1986년 1월 28일 오전 11시 38분,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맑고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챌린저호가 하얀 연기를 뿜으며 상승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생중계로 지켜보던 그 순간, 73초 후 하늘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데이터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뼈아픈 각성이었다.
7명의 우주인과 함께 산산조각 난 것은 우주선만이 아니었다.

 

인류의 자신감, 그리고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도 함께 부서졌다.

 

침묵하는 데이터, 다크 데이터의 비극

 

NASA의 사고 조사위원회는 곧 원인을 밝혀냈다. 영하의 기온에서 O-링이라는 고무 밀봉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이것이 연료 탱크의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발사 전날 밤, 엔지니어들은 이미 위험을 경고했었다.

 

문제는 데이터였다. 발사 전 원격회의에서 검토된 자료는 불완전했다. 과거 23번의 발사 기록 중 문제가 있었던 7건의 데이터만 제시되었고, 문제가 없었던 16건의 데이터는 빠져 있었다. 만약 완전한 데이터가 제시되었다면 온도와 O-링 손상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눈에 보였을 것이다. 통계학자 에드워드 터프티(Edward Tufte)는 이를 두고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데이터 시각화 실패"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바로 '다크 데이터(Dark Data)'의 위력이다. 우주의 27%를 차지하면서도 관측되지 않는 암흑물질처럼, 다크 데이터는 수집되지만 분석되지 않고, 기록되지만 주목받지 못하며, 존재하지만 침묵하는 정보들이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자 케임브리지대학 통계학 교수인 데이비드 핸드(David Hand)는 그의 저서 『다크 데이터』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데이터가 우리가 보는 데이터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 우주왕복선 탑승 7인 참사

데이터 홍수 시대의 역설

 

현재, 우리는 하루에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인류 역사 전체가 생산한 정보량을 넘어서는 시대에 살고 있다. IDC(국제데이터기업)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175제타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1제타바이트를 1조 기가바이트로 환산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하지만 여기에 놀라운 역설이 있다. 기업들이 수집하는 데이터 중 실제로 분석되고 활용되는 비율은 단 0.5%에 불과하다는 IBM의 연구 결과가 있다. 나머지 99.5%는 그저 서버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마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 누군가의 파일함에 묻혀버린 16건의 데이터처럼 말이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통찰(insight)이다.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데이터를,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방식으로 읽어내는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크 데이터(Dark Data)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크 데이터(Dark Data) 이해도

첫째, 수집시 완전성에 집착하라. 보고 싶은 데이터만 보지 말고, 보고 싶지 않은 데이터도 함께 검토하라. 챌린저호 사례가 보여주듯, 문제가 없었던 사례들도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성공 사례만큼 실패하지 않은 이유도 분석해야 한다.

 

둘째, 침묵에 귀 기울여라.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것, 측정되지 않는 것, 기록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라. 의료 분야에서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은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온 환자를 분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셋째, 데이터 문해력을 키워라.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숫자 뒤에 숨은 맥락을, 그래프 너머의 인간을, 통계 이면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잠든 데이터를 깨우는 기회, 고객의 목소리

 

다크 데이터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위험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것이다.

숨어 있는 다크 데이터 이해

생각해보라. 당신의 조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의 클릭 패턴, 고객센터 통화 기록, 소셜미디어에서의 감정 표현, 모바일 앱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 서버 로그에 기록된 모든 접속 흔적들. 이 모든 것이 정기적인 사업 활동의 일환으로 수집되고 저장되지만, 정작 원래 목적 외에는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보물이 있다. 바로 이 데이터들의 공통 분모, '고객'이다.
매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수집한 거래 데이터 속에는 고객의 구매 패턴이 숨어 있다. 시스템 모니터링을 위해 기록한 로그 파일 속에는 고객의 불편함이 새겨져 있다. 고객 불만 처리를 위해 저장한 통화 녹음 속에는 제품 개선의 힌트가 담겨 있다.

실제 사례를 보자. 
한 글로벌 소매업체는 고객센터 통화 기록을 재분석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의 전화를 건 시간대, 통화 음성의 톤, 사용한 단어의 패턴을 종합하자 고객 이탈을 7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 데이터는 원래 단순히 고객 응대 품질 관리 용도로만 쓰이던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니 고객 유지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또 다른 기업은 이탈 고객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냈다. 왜 고객들이 떠났는지 분석하자, 놀랍게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천편일률적인 재가입 이메일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대신 이탈 시점, 마지막 구매 품목, 고객 서비스 문의 이력을 조합해 맞춤형 재참여 전략을 구사하자 복귀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회원 가입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단순히 계정 생성 목적으로만 활용한다. 하지만 가입 시 입력한 관심사, 선택한 옵션, 작성 완료까지 걸린 시간 등을 분석하면 고객의 심리상태와 니즈를 훨씬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같은 메시지"가 아닌 "이 고객만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한 글로벌 소매업체는 고객센터 통화 기록을 재분석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의 전화를 건 시간대, 통화 음성의 톤, 사용한 단어의 패턴을 종합하자 고객 이탈을 7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 데이터는 원래 단순히 고객 응대 품질 관리 용도로만 쓰이던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니 고객 유지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성공의 열쇠는 데이터의 원래 용도를 잊어버리는 데 있다. 데이터가 왜 수집되었는지가 아니라, 이 데이터가 고객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순간, 죽어있던 데이터가 살아 숨 쉬는 인사이트로 변한다.
 

당신의 서버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그 데이터는 단순한 저장 공간의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읽히지 않은 고객의 편지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기회의 문이다.


신기술의 양날, 그리고 우리의 선택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가져왔지만 환경오염도 함께 가져왔다. 인터넷은 세계를 연결했지만 정보격차와 사이버범죄도 만들어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 GDP를 13조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하지만, 동시에 8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빅데이터와 AI 2030년 전망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연간 120만 명에서 거의 제로(0)로 줄일 잠재력이 있다. 
AI 의료진단은 인간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로 암을 조기 발견한다.
예측 분석은 제조업에서 불량률을 90% 이상 감소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질문해야 한다. 
- 알고리즘의 편향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데이터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73초가 남긴 교훈

 

챌린저호의 비극으로부터 거의 40년이 흘렀다. 그사이 우리의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정말 데이터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가?"

빅데이터 시대의 진짜 승부는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데이터의 목소리를 듣는 데 있다.보이지 않는 그림자까지 들여다보는 용기와 지혜, 그것이 바로 73초의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데이터의 양이 아닌 질문의 질이 미래를 결정한다. 
당신의 조직에서 침묵하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 그 그림자를 비춰보라. 
다음 73초의 비극은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작성 2025.10.17 19:56 수정 2025.10.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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