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심층 분석] 뇌사 외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 확대 추진: 생명의 경계를 넓히는 윤리적 도전과 파급 효과 진단
보건복지부, '연명의료 중단 환자 기증' 허용 계획 발표… 해외 사례 기반 국내 적용 시 윤리·법률·의료 전문가의 심층 경고
【서울】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에 따라, 앞으로는 뇌사 상태가 아닌 환자라도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로 사망한 환자(순환정지자)의 장기 기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약 4만 명)의 심각한 장기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제도 확대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사망 시점'의 정의와 ‘생명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해외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국내 적용 시 매우 정교하고 신중한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번 기사는 생명 윤리학자, 법률 전문가, 이식외과 전문의, 사회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제도의 해외 사례, 국내 적용 시의 진행 과정, 주의 사항, 그리고 사회적 파급효과를 신뢰감 있게 분석한다.
Part 1. 해외 사례 분석: DCD의 확산과 엄격한 ‘윤리적 가이드라인’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CD)은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방안으로 자리 잡았다.
1. DCD 유형과 '사망 선언'의 엄격성
해외의 DCD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번에 한국이 도입하려는 것은 ‘비조절된 DCD(Uncontrolled DCD, 예측 불가한 심정지 후)’가 아닌, ‘조절된 DCD(Controlled DCD)’ 방식으로, 이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Withdrawal of Life Support)이 내려진 환자에 한해 시행된다.
* ?? 미국의 '1995년 뉴욕 기준':*미국의 DCD는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 제거 후 심장 활동이 영구히 멈춘 시점을 사망으로 선언한다. 핵심은 '심폐소생술(CPR)의 의학적 무익성'이 사전에 결정되어야 하며, 심장이 멈춘 후 5분 이상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 자발적 순환 회복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에만 사망을 확정하고 장기 적출을 진행한다.
?? 영국의 '장기 적출 전 분리(Separation)': 영국은 장기 기증팀과 연명의료 중단팀을 완전히 분리하여, 장기 기증 결정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윤리적 장벽(Ethical Wall)을 구축했다. 모든 결정 과정은 독립적인 윤리 위원회와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다.
2. '임종 장소'와 '대기 시간'의 윤리적 논쟁
해외에서도 DCD는 '심정지 후 장기를 얼마나 빨리 적출해야 이식에 성공적인가'와 ‘어디서 임종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논쟁을 동반한다.
장기 적출의 압박:장기 이식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순환 정지 후 최소화된 허혈 시간(Ischemia Time) 내에 장기를 적출해야 한다. 이 압박이 의료진에게'사망 선언 시간'을 서두르게 할 수 있다는 윤리적 우려가 제기된다.
임종 환경의 문제:DCD를 시행하려면 임종 장소를 일반 병실이 아닌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환자와 가족의 '존엄한 임종권(Right to a Dignified Death)'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쟁이 있다.
Part 2. ?? 국내 적용 시 진행 과정과 주의 사항
국내에서 DCD가 시행되려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과'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상호 충돌 및 제도적 미비점을 해소해야 한다.
1. DCD 진행 과정 (환자 사전 동의 시)
환자가 사전에 장기 기증을 희망하고,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경우의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 연명의료 중단 결정 확인:환자 본인의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하거나, 법에서 정한 가족들의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최종 확정되어야 한다.
2. 기증 적합성 및 동의 확인:환자의 장기 상태가 기증에 적합한지 의학적 판단을 거치고, 환자 본인의 사전 기증 희망 등록 및 가족의 최종 동의를 받는다. (환자의 의사가 명확하더라도, 국내 정서상 가족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3. '윤리적 분리' 단계: 연명의료 중단 결정 팀과 장기 적출 및 이식 팀을완전히 분리한다. 기증팀은 연명의료 중단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4. 연명의료 중단 및 심정지: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한다. 심박동이 정지되면, 최소 5분 이상의 ‘관찰 기간(Stand-off Period)’을 둔다.
5. 사망 선언 및 장기 적출: 5분 관찰 후 순환계 기능이 영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함을 최종 확인하고 사망을 선언 한다. 이후 즉시 장기 적출 수술을 진행한다.
2. 주의해야 할 법률 및 윤리적 사항
'관찰 기간'의 명확한 법제화: 심정지 후 ‘5분’이라는 관찰 기간은 DCD의 윤리성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심장 재가동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이 기간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사망 선언'의 독립성 보장: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의료진이 사망 선언에 개입하지 않도록 사망 판정 기준과 주체를 법적으로 엄격히 분리하여,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Part 3. 각계 전문가의 심층 분석과 파급 효과
1. 생명 윤리학자 분석: '존엄한 임종'과 '생명의 상품화' 경계
(분석: 최윤희, Ph.D., 생명 윤리 및 의료 철학 교수)
DCD 도입은 장기 이식의 공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임종 과정의 '수단화' 방지: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장기 기증'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와 가족이 오직 환자의 이익(Best Interest)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렸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착한 기증 압박' 우려: 장기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족들이 ‘사회적 압박’이나 ‘죄책감’ 때문에 환자의 기증을 결정하도록 강요받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기증 과정에서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안전망이 필수적이다.
2. 법률 전문가 분석: '법적 사망 시점'과 책임 소재의 명확화
(분석: 강민호, J.D., 의료법 전문 변호사)
현행법상 '뇌사'와 '심정지' 외에 장기 기증을 위한 새로운 사망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 충돌 및 책임 소재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과의 충돌 해소: 연명의료 중단은 '무의미한 치료 중단'일 뿐, 사망의 확정은 아니다.
DCD를 시행하려면 연명의료 중단이 결정된 환자에 대한 사망 판정 기준을 장기이식법 또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명확하게 연계하고 규정해야 한다.
의료인의 법적 면책: DCD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분쟁(예: 사망 선언의 적절성)에 대비하여, 선의의 의료 행위를 수행한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면책 조항)를 명확히 해야 한다.
3. 이식외과 전문의 분석: 이식 성공률 제고와 조직 손상 최소화 과제
(분석: 이재원, M.D., 이식외과 전문의)
DCD는 뇌사 기증보다 장기 적출 과정에서 장기 손상(허혈 손상) 위험이 더 크므로, 이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기술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증 장기의 질 관리: 순환 정지 후 장기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따뜻한 허혈 시간’이 길어질수록 장기 손상이 심각해진다. 해외 사례처럼 체외막 산소 공급(ECMO)등을 활용해 심정지 후 장기 기능을 일시적으로 보존하는 ‘장기 보존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식 팀의 역량 강화:DCD 장기는 이식이 까다롭기 때문에, 장기 적출부터 이식까지의 전 과정에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과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DCD 전문 이식 센터를 지정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4. 사회학자 분석: '생명 나눔 문화'의 확산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
(분석: 김민정, Ph.D., 의료 사회학 교수)
DCD의 성공적인 도입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닌, 생명 나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전제로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교육: DCD의 윤리적 안전장치와 과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육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라는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유가족 지원 시스템 강화: 장기 기증 유가족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지원을 대폭 강화하여, 기증 결정이 가족의 후회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DCD, 장기 부족 해소의 열쇠이자 신중한 윤리적 접근의 시작
보건복지부의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CD)' 확대 계획은 심각한 장기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다. DCD는 잠재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의 창’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사망'과 '기증'의 경계를 다루는 만큼 최고 수준의 윤리적, 법률적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미국의 ‘5분 관찰 기간’과 영국의 ‘윤리적 분리’와 같은 해외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환자의 존엄성, 가족의 자발적 의사, 의료진의 법적 안전을 모두 확보하는 '한국형 DCD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제도의 성공은 투명성과 신뢰에 달려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 '생명 나눔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