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에도 리모델링 열풍이 번지고 있다. 목동 우성 1·2차, 한신청구, 염창무학 등 소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200%가 넘는 높은 용적률 탓에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 리모델링으로 정비 계획을 틀었다. 지난 7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목동 우성2차아파트는 2028년 착공, 2031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유원서초아파트는 연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다. 4년여간 리모델링을 추진한 끝에 주민 동의서 징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유원서초아파트는 준공 34년 차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지 오래다. 그러나 재건축 시 공공임대 물량을 공급해야 하고, 세대 전용면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사실상 확정돼 비슷한 연식, 위치인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면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리모델링사업으로 대형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가 붙으면 신축급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재건축 대비 투자가치가 낮다고 여겨졌던 리모델링사업이 다시 주목받는 건 기부채납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공사비 인상과 각종 제약으로 재건축 사업성은 크게 악화된 반면,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환수제 적용 대상이 아니며 기부채납 의무도 없다. 기존 건물을 철거할 필요가 없어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재건축 대비 사업 기간도 짧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수년간 공사비가 30% 이상 증가했는데, 6·27, 10·15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되면 향후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조합원이 전무할 것”이라며 “비용 부담은 적지 않지만, 단기간에 기존 단지를 신축 아파트 단지처럼 재탄생할 수 있는 리모델링사업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노후 단지 중에서도 실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곳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리모델링사업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공동주택 용적률이 400%로 상향되면서 현재 노후 아파트 상당수가 일반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 내 일부 단지의 경우 재건축 시 오히려 용적률이 낮아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적률이 낮은 지역들은 이미 정비사업이 종료되었거나 추진 중으로, 남은 노후 아파트의 향후 정비사업의 난이도는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리모델링사업은 신축을 선호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공급 확대 위해 리모델링 규제 완화
최근에는 리모델링사업으로도 재건축에 버금가는 주택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리모델링 정책 개선이 뒷받침되면 37만가구 이상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엄격한 리모델링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도 지지부진한 공급 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리모델링사업 규제 완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7일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주택의 ‘1+1 쪼개기’ 분양을 허용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또 재건축처럼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도 리모델링 사업 시행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박세희 지안건축 대표는 "노후주택의 증가와 인구감소, 저성장시대의 재건축사업과 리모델링사업은 상호보완적 정책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수명주기 및 노후도에 따라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전환하거나,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전환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