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지수, 3,700선을 넘어서며 새로운 시장 동력 확인
최근 국내 증시의 주요 지표인 코스피가 3,700포인트를 돌파하며 또다시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고점에 대한 경계심도 존재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단순히 풍부한 유동성만으로 촉발된 장세가 아닌, 견고한 기업 실적 개선과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성장 랠리'로 평가되는 시점입니다.

역사적 최고점과 그 이면: 과거 상승장의 특징
이전에도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시중에 풍부하게 공급된 자금, 즉 '유동성 장세'가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2011년, 유동성 과열과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대규모 자금 공급으로 코스피는 2,230선까지 상승했습니다. 신흥국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원화 가치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긴축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었고, 코스피는 급격히 하락하며 1,800선까지 밀려났습니다.
2018년, 반도체 특수와 무역 갈등: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코스피는 2,600선을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죠. 하지만 이내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와 미·중 무역 분쟁의 심화로 인해 지수는 2,000선 초반까지 조정을 받았습니다.
2021년, 팬데믹 이후 자금 유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폭증하면서 코스피는 3,300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인 유동성 랠리였기에, 결국 2,900선까지 되돌아오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현재 KOSPI 랠리가 특별한 이유: 실적, 정책, 그리고 환경
현재의 상승장은 과거와 달리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 그리고 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결합된 '구조적 상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기업 실적의 가시적인 개선: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77조 5천억 원에 달하며, 한 달 사이에 약 8% 가까이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주력 산업의 견인: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산업의 실적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수 투자기관들은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을 13%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회복과 메모리 가격 상승이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증시 유인 효과: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는 부동산 시장에 묶여있던 자금이 주식시장 등 금융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 매수세 지속: 달라진 시각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환차손 부담이 커져 차익 실현 유인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5개월 동안 약 20조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외국인들이 원화 약세를 오히려 한국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더불어,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만약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어 원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IB의 한국 증시 긍정적 전망: '밸류업' 정책에 주목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 역시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JP모간자산운용은 한국 증시를 아시아 지역 내에서 가장 높은 투자 선호도를 가진 시장으로 진단했습니다.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한국 반도체 및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 그리고 조선, 방산, 금융 등으로 다각화된 증시 주도 산업 구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과 기업 실적 모멘텀의 지속적인 개선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습니다.
JP모간자산운용 시장전략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인 이유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지목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이는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원대학교 박형근(경영학박사)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재 한국을 주주환원 정책 개선을 시작한 과거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며, 이를 한국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달러 가치는 내년에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글로벌 투자 자금이 신흥국 시장으로 더욱 활발하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11% 하락한 달러 인덱스가 내년에도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특히 한국 증시로의 외국인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미 투자펀드와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둘러싼 한·미 간 실무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되면서, 관세 협상 역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위기입니다.
양국 경제 당국자들의 최종 협의가 곧 이루어질 예정이며, 빠르면 이번 주 내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관세 이슈는 사실상 해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