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은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의도의 언어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감각적인 카페와 매장이 눈에 띈다. 조명, 가구, 벽면, 음악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공간이 기대만큼 오래 사랑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공간에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공간은 단순히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의도를 시각화한 언어다. 매출을 바꾸는 것은 조명도, 자재도 아니다. 그 공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경험을 설계하는지에 대한 ‘철학의 깊이’가 공간의 수명을 결정한다.
나는 26년간 인테리어 업계에 몸담으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공간이 브랜드의 철학을 담을 때 그 공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경험’이 된다.
디자인이 아니라 이야기, 잘되는 매장의 공통점
많은 이들이 상업 인테리어를 ‘예쁘게 꾸미는 일’로 오해한다. 그러나 진짜 잘되는 매장은 하나같이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공간은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고객이 철학을 체험하는 무대다. 디자인은 매출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을 전달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상업 인테리어의 본질은 ‘예쁨’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나는 에넥스, 리바트, 한샘 등에서 토털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수십 차례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명확했다.
공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이며, 고객의 감정을 설계하는 마케팅의 일부다.
실랑 베이커리 카페, 철학이 매출을 만든 사례
2022년, 필리핀 마닐라 남쪽 실랑(Silang) 지역에서 특별한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다. 현지에서 20년 동안 ‘소가미가(Sogamiga)’라는 한국 음식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교민 대표가 이제는 음식이 아니라 공간으로 한국의 정서를 전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비알팩토리는 약 200평 규모의 창고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베이커리 카페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물 구조를 변경하기 어렵고 현지 인력이 시공을 담당해야 하는 조건이었지만 공간의 본질은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모던 & 빈티지 믹스 콘셉트를 제안했다. 현대적 구조에 시간의 질감을 더해 ‘편안하면서도 기억되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 클라이언트의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담기 위해, 주요 마감재를 한국에서 직접 운송해 사용했다.
그 결과 이 공간은 한국의 따뜻함과 필리핀의 여유가 공존하는 감성형 상업공간으로 완성됐다.
고객은 디자인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한다
고객은 디자인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간이 주는 감정, 분위기, 그리고 경험을 소비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체류 시간이 10% 늘어날 때 매출은 평균 20% 상승한다. 이는 단순히 머무는 시간이 늘어서가 아니라, 공간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비알팩토리는 공간을 설계할 때 항상 ‘고객 감정의 흐름’을 먼저 디자인한다. 입구에서 느껴지는 첫인상, 조명의 온도,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는 좌석 간격까지 모든 요소가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실랑 프로젝트는 이 원리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다. 고객들은 그 공간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기억했고 이는 곧 브랜드 신뢰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간은 철학을 시각화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좋은 공간은 말하지 않아도 브랜드를 설명한다.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온도와 조명의 결이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말한다.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공간은 철학을 시각화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앞으로의 상업 인테리어는 단순한 시공 산업이 아니다. 철학을 경험으로 번역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비알팩토리는 그 철학의 중심에서 사람과 브랜드가 연결되는 공간을 설계한다. 공간이 단지 예쁘기만 하다면, 그것은 유행으로 끝난다.
하지만 철학이 담긴 공간은 시간이 흘러도 브랜드로 남는다. 결국 매출을 만드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공간에 깃든 진심이다.
공간의 깊이는 철학의 깊이다
공간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생각을 닮는다. 어떤 이는 공간을 꾸미고, 어떤 이는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깊이가 바로 브랜드의 무게가 된다.
공간에 철학을 담고 싶다면, 트렌드를 좇기보다 “왜 이 공간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그 물음이 곧 오래 기억되는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다.
본 칼럼에서 소개된 필리핀 실랑 프로젝트는 비알팩토리 공식 블로그에서 실제 설계 및 시공 과정을 포함한 기록이 공개되어 있다. 공간이 철학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참고해보길 바란다.
이번 칼럼이 당신의 공간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더 많은 인테리어 인사이트와 브랜드 공간 이야기는 앞으로 연재될 칼럼과 비알팩토리 블로그에서 천천히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