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테슬라의 합성어 ‘농슬라’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의 구조를 혁신하는 새로운 흐름을 뜻한다. 기술이 농촌 현장을 바꾸며, 생산성 향상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끄는 스마트농업의 중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김제의 한 논에서는 트랙터가 스스로 밭을 갈고 있다. 농부는 운전대 대신 태블릿을 들고 농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인공지능(AI)과 위성데이터를 기반으로 경로를 설정한 자율주행 트랙터가 작업을 수행하고, 드론은 하늘에서 작물의 생육 상태를 촬영하며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처럼 첨단 기술이 농업의 현장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농슬라 시대의 개막”이라고 말한다. ‘농슬라(Nongsla)’는 농업(Agriculture)과 테슬라(Tesla)의 합성어로, 기술 중심의 미래형 농업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농슬라의 중심에는 데이터 기반 경영과 자동화 기술이 있다. 과거 농민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재배 방식은 인공지능과 센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스마트팜, 자율주행 농기계, AI 작물 분석, 드론 방제 등 농슬라 기술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농업경영교육 전문가인 이택호 강사(수원대학교 교수)는 “농슬라는 단순히 농업의 자동화가 아닙니다. 기술을 통해 농업의 수익 구조와 경영 방식을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입니다.”라고 설명한다.

AI 기술은 농장의 모든 환경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토양의 수분과 온도, 일조량과 기상 조건이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되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인공지능은 이를 분석해 작물별로 최적의 물과 영양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농민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드론은 병충해를 감지해 신속히 대응한다.
농압인은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농장 전체를 관리하며, 효율적 경영이 가능해진다. 경기도 평택의 한 청년 농부는 “이제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농사를 짓습니다. 예전보다 생산량이 20% 이상 늘었어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부와 지자체도 농슬라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스마트팜 플랫폼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농부를 위한 ‘스마트 영농 창업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북 완주에서는 스마트팜 단지가 조성돼 농민들이 첨단 장비를 직접 활용해 보는 실습형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택호 교수는 “정부의 기술 지원과 농업인의 경영 마인드가 결합될 때 진정한 농슬라 생태계가 완성됩니다. 단순히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영 의사결정이 핵심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농슬라가 단순한 농업 기술의 혁신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AI와 친환경 에너지가 결합된 농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한 농촌 고령화 문제를 완화하고, 청년층의 농업 진입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어느 농업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농슬라 기술은 농업의 산업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농부는 데이터를 다루는 ‘스마트 운영자’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농슬라는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다. 사람과 기술, 자연이 함께 연결되는 지능형 농업 생태계의 중심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만들어내는 효율과 지속 가능성이 농업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밭을 갈던 손이 데이터를 다루는 손으로 바뀌는 시대, 그 변화의 이름은 바로 ‘농슬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