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오는 미용기기 덕분에 집에서도 피부관리가 가능해졌어요.”
올해 예순넷인 김 모 씨는 요즘 ‘미용·안마기 구독’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피부탄력과 두피 마사지를 위해 구입하려던 고가의 제품을, 필요한 기간만 빌려 쓰고 교체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예전엔 이런 기기 사면 금세 방치됐는데, 구독은 관리도 해주고 새 제품으로 바꿔주니 참 편해요.”
이처럼 구독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5060 시니어 세대에게도 ‘새로운 생활의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구독은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예전엔 신문이나 우유를 구독했지만, 이제는 케이블TV, 통신요금, OTT(넷플릭스·유튜브프리미엄), 음악 스트리밍, 정수기나 안마의자 렌털, 식품 정기배송, 세탁서비스 정기구독, 그리고 요즘은 생성형 AI 서비스 구독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퍼져 있지요.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민 한 명이 한 달 평균 약 4만 원을 구독비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식품 구독 시장은 전체 구독시장 100조 원 중 절반 이상(57%)을 차지할 만큼 커졌습니다. ‘매주 채소박스’, ‘건강식 도시락’, ‘비타민 정기배송’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품질과 신선도,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는 시니어 소비자에게는 정기배송이 ‘시간 절약형 소비’이자 ‘생활의 여유’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 속에도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는 OTT나 음원 구독 중 탈퇴를 어렵게 하거나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다크패턴’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보너스 쿠폰’을 눌렀을 뿐인데 매달 결제가 이어지거나, 해지 버튼이 복잡하게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죠. 사업자들이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지출’이 쌓이고 낭패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독을 ‘나답게 즐기는 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내가 구독 중인 서비스를 점검해보세요. 카드사 앱이나 통신사 앱에서 자동결제 목록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쓰지 않은 서비스는 과감히 정리하세요.
둘째, 무료체험 종료일을 메모해두세요. 스마트폰 달력에 “OO일 구독 종료”라고 표시하면 깜빡하지 않습니다.
셋째, 구독 해지가 복잡하면 화면을 캡처해두세요. 문제가 생기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소비자24’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넷째, 무료쿠폰은 신중히 사용하세요. 대부분 구독 유도용 광고이므로, 꼭 필요한 서비스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니어를 위한 합리적인 구독서비스를 한 번 찾아보세요. 요즘은 건강식단, 홈케어, 취미용품, 여행·문화 체험 구독 등 시니어의 생활 리듬에 맞춘 서비스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꼭 돈을 아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구독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구독은 잘만 활용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똑똑한 소비입니다. 매달 찾아오는 작은 편리함 속에서 나에게 맞는 리듬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현명한 소비의 또 다른 이름이겠죠. 편리함을 즐기되, 내 삶의 속도에 맞춰 사용하는 지혜, 그것이 백년 인생을 사는 시니어의 새로운 힘 아닐까요?
K People Focus 배순영(닥터 모니카) 칼럼니스트 (monica1118@naver.com)
소비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관련 분야 공공기관에서 25년간 연구자로 살고 있다.
백년인생시대에 5060 시니어의 소비생활의 질 향상과 만족에 관심을 두고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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