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급증을 야기하는 가운데, 챗GPT 개발사 OpenAI가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1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가속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올 막대한 에너지 소비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과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AI 시대의 그림자,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
챗GPT 출시 이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는 수십억 건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연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는 이제 전 세계 전력 소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그 증가세는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OpenAI가 브로드컴과 체결한 10GW급 AI 가속기 도입 계획은 AI 산업이 직면한 에너지 딜레마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설비를 확충하는 것을 넘어, AI가 현대 사회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동시에 시사하는 행보다.
급증하는 AI 에너지 소비, 지속가능성 위협하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최신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는 고성능 GPU 몇 개를 수 주간 사용하는 수준이었으나, 오늘날의 LLM은 훈련 과정에서 단 몇 시간 만에 메가와트시(MWh) 단위의 전력을 소모한다. 여기에 연속적인 추론 작업과 미세 조정, 외부 서비스 연동 등을 고려하면 AI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일부 소규모 국가의 연간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에 이른다.
이에 정부, 환경 단체를 비롯한 AI 분야 일부 개척자들 사이에서는 AI의 무분별한 성장이 지구 기후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선: 위기인가, 기회인가
AI 지속가능성 분야의 한 전문가는 "획기적인 효율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국가 전력망의 임계 용량을 넘어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 역시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 생산이 증가할 경우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반면, 브로드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차세대 AI 가속기가 기존 하드웨어 대비 와트당 2~3배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더 스마트한 반도체가 오히려 총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로 본 10GW의 의미와 기술적 해법
* 10GW의 규모: 이는 미국 내 평균적인 100만 가구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양에 해당한다.
* 효율성 개선: 초기 테스트 결과, 브로드컴의 AI 가속기는 현재 표준 GPU 대비 추론 작업당 에너지 소비를 최대 30%까지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잠재적 절감 효과: 해당 칩이 전면적으로 배치될 경우, OpenAI는 연간 수백 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차세대 챗GPT 모델 하나의 연간 훈련에 필요한 에너지를 상쇄하고도 남는 양이다.
이 데이터는 AI의 총 전력 소비는 증가하지만, 지능형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경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의 미래, 에너지 효율에 달리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개발자, 이를 업무에 도입하는 기업, 혹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관심 있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이번 계약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 반도체의 효율성 향상은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 절감과 더 친환경적인 AI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 상황에 안주할 경우, 전력망 부담 가중, 에너지 비용 상승, 그리고 환경적 역풍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될 수 있다.
OpenAI와 브로드컴의 10GW 인프라 구축은 AI 산업 전체가 주목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 협력이 에너지 효율적인 AI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폭주하는 에너지 소비를 따라잡기 위한 임시방편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초고도화된 지능을 향한 경쟁 속에서, 그 동력이 되는 에너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