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지방의회 의원 연수(1), '형식'을 떨쳐버리고 '실질체계'를 갖춰야

지방의회 연수는 '의례'를 넘어 '성과'로 이어져야 할 것

필자의 현장 경험과 사례로 본 ‘학습-적용-평가-환류’의 제도화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본 칼럼은 박동명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의 다년간 지방의회 연수·자문 및 결산검사 실무 경험을 토대로, 의원 연수를 형식에서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 글이다. 맞춤형·단계형·반복·성과책임의 4대 원리를 중심으로, 의회사무처(국) 주도의 연간 로드맵과 연수 성과보고서 제도화를 핵심 처방으로 제안한다. 지표 기반 평가(반복지적 감소율, 개선 이행률 등)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일부 고유명사는 정책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익명·보완 처리하였다.


지방의회 의원의 전문성 강화는 대의민주주의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의원 연수는 여전히 연간 일정 중 한 번 치르는 의례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강의는 있었으나 변화는 없고, 이수증은 남았으나 성과는 비어 있는 모순이 반복된다. 이제 의원 연수는 형식적 프로그램에서 성과지향적 학습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전환은 단순한 교육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정활동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학습-적용-평가-환류의 제도 설계 문제이다.


1. 문제 진단: 왜 연수의 기억은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가


첫째, 현장성 결여이다. 표준 강의안 중심의 일회성 강의는 각 의회의 정책현안, 상임위별 이슈, 지역의 산업·인구·재정 구조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단절된 시간 구조이다. 초선·재선·다선의 역량 단계가 다른데도 동일 난이도의 교육이 반복된다. 학습은 축적되지 않고, 사건(감사·예산심사) 직전의 벼락치기로 대체된다.


셋째, 성과 측정 부재이다. 교육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 않는다. 만족도 설문으로 마무리되는 관행은 실제 의정성과(: 지적사항 개선율, 조례개정률, 예산절감액)와의 연결을 끊어 놓는다.


필자 경험 : 국회의정연수원과 여러 광역·기초의회에서 동일 주제를 지역화해 진행해 왔다. 공업도시 의회에서는 산업단지 악취·폐기물 단가·민원 키워드’ 3종 지표를 고정지표로 삼았고, 농촌·도농복합 의회에서는 고령화·의료접근성·교통약자 이동권데이터를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했다. 제목은 같아도 지역 자료를 바꾸면 행동이 달라졌다.


2. 전환 원리: '형식'에서 '실질체계'로 가는 4가지 설계


▶ 맞춤형(Customization): 광역·기초, 도시·농촌, 상임위별 현안에 맞춘 커리큘럼을 기본 단위로 설계한다.

단계형(Scaffolding): 초선은 제도·절차 중심, 재선은 심화 분석과 현장 문제 해결, 다선은 감사기획·리더십으로 난이도를 분리한다.

반복·순환(Spiral Learning): 동일 주제를 연 2~3회 이상 사례를 바꾸어 반복하고, 모의실습현장적용피드백으로 순환 구조를 고정한다.

성과책임(Accountability): 학습 목표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선언하고, 의회사무처가 연 1회 연수 성과보고서를 발간해 공표한다.


필자 경험 : 한 기초의회에 3년 반복훈련을 설계·운영했다.

1년 차: 서류 중심 점검에서 기본 체크리스트 내재화.

2년 차: 현장 실사·비교표 작성·유사 지자체 벤치마크 도입.

3년 차: 반복지적 감소, 개선 이행률 상승, 민원 사전 해소가 수치로 확인되었다. 핵심은 교육 횟수가 아니라 동일 역량의 반복적 재적용이었다.



3. 감사예산입법: 연수의 핵심 3축을 재설계하다


행정사무감사는 지적이 아니라 개선을 위해 존재한다. 감사 주제 선정자료요구서 표준화현장 실사개선계획서 합동 작성사후 이행점검의 5단계를 고정하면, 의회의 통제는 갈등이 아니라 문제 해결 구조가 된다.


예산·결산은 성과지표의 타당성과 중복사업 정비가 핵심이다. 숫자를 읽는 훈련이 아니라, 불용·전용 사유 분석과 성과·성인지·환경예산의 실제 적용률을 따지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조례입법은 문제정의법령·판례 매핑조문 설계의견수렴사전영향분석 등으로 진행하며, ·개정 후 후 효과 평가서를 제출하는 습관을 들이면 입법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필자 경험 (결산검사): 강남구 결산검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확인한 바, 결산은 단순한 수리 절차가 아니라 다음 해 예산의 품질관리이었다. 불용·전용의 사유를 유형화하고 성과지표 타당성을 재설계하자, 다음 연도의 중복·저효율 사업이 유의하게 줄었다. 이 통찰을 이후 여러 의회 연수의 결산예산 연계 모듈로 표준화했다.

필자 경험 (입법·감사 연계): 생활폐기물 수거·처리 단가의 지역 격차 이슈를 다루며, 감사 질의서와 조례 개정안을 동시에 설계한 사례가 있다. 조례에 성과지표 공개조항을 신설하고, 감사에서 그 지표로 점검하자 집행부의 이행 속도가 빨라졌다.



4. AI와 데이터: ‘감사 기간의 분석가에서 상시 모니터 의원으로


의정환경은 방대해졌고 행정데이터는 복잡해졌다. 이제 의원 연수는 AI 및 데이터 리터러시를 필수 역량으로 채택해야 한다. ChatGPT, NotebookLM 등 생성형 AI는 예산서·결산서·감사자료·민원데이터에서 핵심지표를 추출하고 비교분석을 돕는다. 그러나 AI 교육이 단발 실습으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부에 AI 활용 지원팀을 두어 자료 업로드 표준, 개인정보·보안 가이드라인, 결과 해석 기준을 제공하고, 교육 수료 후 의원별 적용 과제와 피드백 세션을 주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필자 경험 (AI 실습): 동두천시의회·세종특별자치시의회 등에서 의원·직원이 예산서·민원 데이터를 직접 AI에 투입해 반복 민원 키워드’, ‘단가 이상치’, ‘지표 결함을 도출하도록 했다. 각 상임위가 이를 근거로 질의서 초안을 만들고 현장점검으로 연결하자, 교육현장개선의 고리가 빠르게 닫혔다. AI는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한다.



5. 지표로 말하는 연수: 평가는 처벌이 아니라 축적이다


연수의 가치는 측정 가능성에서 증명된다. 의회는 다음과 같은 성과지표를 채택할 수 있다.

감사·점검: 지적사항 개선 이행률, 반복지적 감소율

입법: 조례 제·개정의 후효과 평가서 첨부율, 충돌·중복 규정 정비 건수

재정: 예산절감·재배분 효과액, 성과·성인지·환경예산 적용률

소통: 주민참여예산 제안 반영률, 민원 사전 해소율


필자 경험 (성과 공개): 몇몇 의회에서 연수 성과보고서를 연례화했다. 지표·사례·교훈을 시민과 공유하자, 연수는 의원 내부의 학습을 넘어 공적 신뢰 자산이 되었다. 이후 교육예산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도 높아졌다.



6. 제도화: 사무처(국)가 견인하는 학습정부형 의회


의회사무처(국,과)는 연수 운영조직을 넘어 지식관리 본부가 되어야 한다.

연간 로드맵: 상임위별·난이도별·주제별 모듈을 회기 전·후로 배치해 사전·사후 학습을 고정한다.

지식관리(KM): 강의자료·사례·판례·질의서·개선계획을 표준 양식으로 디지털 DB화한다.

성과공개: ‘연수 성과보고서를 연 1회 발간하여 지표와 사례를 공개함으로써 시민과의 책임성을 높인다.

윤리·준법 프레임: 정보보호, 이해충돌, 공정성 기준을 연수 설계에 내재화해 역량 강화와 윤리 준수를 동시에 달성한다.


필자 경험 (운영체계): 한 광역의회에서 연간 캘린더를 의장단 승인사항으로 상향하고, 자료요구서·질의서·현장점검표·사후평가서의 표준 양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회기 직전 벼락치기가 크게 줄고, 연속학습률이 개선되었다.



7. 결론: ‘연수-적용-피드백-개선이 정착될 때 신뢰는 회복된다.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신뢰는 의원 개인의 역량에서 출발하되, 제도적 학습 시스템에서 완성된다. 형식에서 체계로의 전환은 곧 시민에게 체감 가능한 정책 품질로 돌아온다. 연수가 의례를 넘어 실질적 변화의 인프라가 될 때,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지식에 기반한 통제와 설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필자는 강의·결산검사·현장자문을 통해 이 전환이 가능하고, 측정 가능하며, 반복 가능함을 확인해 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각 의회가 자기 지역의 언어로 이 설계를 실행하는 일이다. 그 순간 연수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의회의 경쟁력이 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국회의정연수원, 경기도의회 등 전국 지방의회 연수 200회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2025.10.13 12:20 수정 2025.11.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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