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동시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면화씨가 ‘약재’로 판매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사료용으로만 유통되던 LMO면화씨가 일반 소비시장에 흘러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의 LMO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화성시갑)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동시장에서 약재를 판매하는 업체 ‘오허브’와 ‘허브마켓주식회사’가 각각 ‘선일물산’과 ‘향이좋은’ 등으로부터 면화씨를 납품받아 온라인몰에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의원은 “농식품부는 지난 3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국립종자원에 식용·사료용 LMO면화가 약재상이나 온라인에서 용도 외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며 관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관원에는 사료용 면화 취급업체의 관리기준 준수 여부 점검을, 국립종자원에는 재배농가 대상 무상검정 홍보와 재배지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했다.
정밀검사 결과, 오허브가 판매한 제품은 LMO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재검에서는 음성으로 판정됐다.
반면 허브마켓주식회사가 판매한 제품에서는 MON531, MON88913, MON88701 등 3종의 LMO 성분이 검출됐다. 농식품부는 “두 업체 모두 면화씨 판매를 중단했고, 남은 재고는 회수 완료됐다”고 밝혔다.
특히 LMO면화씨는 국내에서 농업용이나 종자용으로 승인된 적이 없으며, 수입 기록상으로도 사료용으로만 반입돼 식용·종자용 면화 수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 총 64만8천 톤의 사료용 면화씨가 수입됐지만, 식품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송 의원은 “지난 4월 미승인 LMO 검출 내역을 요구했을 때, 농식품부가 LMO면화씨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정보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상 면화씨(면실)는 식품원료로 인정되지 않으며, 유지제조용 원료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식품으로 판매할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돼 영업정지나 폐쇄, 벌금 및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일부 약재상이 ‘면화자’라는 이름으로 “식품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를 덧붙인 채 300g당 1만2천~1만4천 원에 판매 중이다.
일부 판매자는 효능과 복용법을 설명한 블로그 게시글에 상품 구매 링크를 연결하는 ‘우회 판매’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료용 LMO면화가 유통망을 타고 약재시장까지 번진 것은 낙곡(落穀)이나 운송 과정의 관리 부실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관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053농가, 2024년 2,154농가에서는 LMO면화씨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올해 조사된 567농가 중 4곳에서 LMO가 검출됐고, 사료용 면화 취급업체 612곳 중 2곳에서도 LMO 성분이 확인됐다.
또 최근 2년간 브라질·중국·일본 등에서 ‘실면(목화솜+씨앗 혼합물)’ 262톤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나, 일부가 국내산으로 둔갑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LMO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미승인 LMO의 폐기·반송 의무자에 ‘수입·판매자’를 포함하고, 소유자가 불분명하거나 확산 방지가 시급한 경우 공무원이 직접 폐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승인 LMO를 인지하지 못한 보유자에 대한 손실보상 근거와, 환경 방출 원인 제공자에 대한 복구 의무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LMO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사료용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식품·약재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회와 정부는 향후 LMO 유통경로 추적, 법령 정비, 온라인 불법 유통 차단 등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