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만남, 그리고 10년의 시작
10년전 쯤 작은 빵집을 막 열었을 무렵이었다.
매일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낯선 얼굴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던 시절, 그 고객은 저녁에 들러 커피 한 잔과 작은 빵 하나를 주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얼굴에 익숙함이 스며들었다. 인사말이 짧은 미소로 바뀌고, 짧은 대화가 일상의 안부로 변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장님과 고객’이라는 경계를 조금씩 허물며 시간을 쌓아갔다.
고객이 아닌 사람으로 — 관계가 변하는 순간
단골이라는 말은 단순히 오래 다니는 손님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신뢰의 다른 이름이다. 매일 반복되는 인사와 작은 관심이 쌓여 어느새 서로의 일상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 고객은 내가 피곤해 보이면 “요즘 일 많죠?”라며 걱정해주며, 건강은 괜찮은지 물어봐 주었다.
그 대화 속에는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심이 있었다.
어느 날은 그녀가 말했다. “사장님이 여는 이 빵집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알았다. ‘진심 전해지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구나’
시간이 쌓아 올린 신뢰와 따뜻한 기억들
크리스마스 저녁이었다. 눈이 소복이 내리던 날 빵집은 문을 열었다.
“오늘도 일하시네요, 사장님.”
그녀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빵집은 휴일이 없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와주시니 감사하죠.”
그녀는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에도 빵 일하는 사장님을 보니까요.”
그녀는 지금도 한 번 씩 이 날을 기억하면서 이야기 한다.
10년 넘게 이어진 관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잘 지내는지 묻고, 인생의 작은 조각들을 나누었다.
그는 나에게 ‘단골’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단골이 남긴 교훈, 그리고 앞으로의 약속
단골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기록이다.
신뢰, 관계로 이어진 시간은 그 어떤 광고보다 진하다.
그녀는 내게 ‘성실함은 결국 관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이 관계를 잊지 않을 것이다.
10년을 함께 걸어온 시간처럼, 앞으로의 10년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연으로 남길 바란다.
10년 단골은 단순히 오래된 고객이 아니다.
그는 내 일의 이유이며, 내가 매일 빵을 굽는 의미 그 자체다.
‘가족이 되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녀의 진심이, 나의 진심을 만들어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