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다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지.”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고 돌아선 뒤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괜히 미안해지고, 다음 만남이 어색해질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관계 속에서 ‘거절’은 이기심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다.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는 행동이 아니라, 감정의 경계를 세우는 과정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건강한 단호함’이라 부른다.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되, 자신의 한계와 욕구를 분명히 밝히는 태도다. 즉,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법이다. 거절의 시작은 공감이다.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는 말 한마디는 거절의 톤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 마음은 이해돼요.”, “네 입장도 알겠어.” 같은 문장은 방어를 낮추고 신뢰를 남긴다.
공감은 허락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존중한다는 표현이다. 거절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핑계’를 대는 것이다. “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그건 좀…” 같은 모호한 표현은 오히려 상대의 설득을 유도한다. 거절은 말투는 부드럽게, 표현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여유가 없어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짧고 명확한 문장은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만든다. 필요하다면 간단한 이유나 대안을 덧붙일 수도 있다. “요즘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처럼 사실에 기반한 설명은 상대의 이해를 돕는다. 이때 중요한 건 변명이 아니라 상황의 공유다.
“이번 주는 어렵지만, 다음 주엔 가능할 것 같아요.”처럼 대안을 제시하면 관계의 온기가 남는다. 거절은 단절이 아니라 조율이다. 감정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감정도 존중할 수 있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은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사람이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다. 말투는 따뜻하게, 표현은 분명하게. 당당하게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진정한 관계의 주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