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에 망설이던 마음, 글램핑으로 답을 찾다
작년 이맘때, 나는 블로그 글 〈[가족] 남들이 하는 캠핑. 나도 해야 하는 것인가? (ep.42)〉편에서 캠핑에 대한 흔들림을 고백한 적이 있다. 남들이 좋다 하니 혹해 보이지만, 막상 텐트를 혼자 설치할 자신도, 장비에 큰돈을 투자할 용기도 없다고 정리했었다. 다만 내 마음 속에 “먼저 글램핑부터 경험해 보자.”라는 작은 메모를 남겨 두었다.
그리고 지난 주, 결혼 8주년을 맞이하여 그 메모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 가족의 첫 글램핑이었다. 글램핑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모든 세팅이 이미 갖춰져 있어 설치와 철수의 부담이 없고, 초보자에게도 친절한 첫 단추가 되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깔끔한 텐트와 따뜻한 조명, 정돈된 침구와 테이블이 반겨주었다. 마음속으로 다짐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셋업이 아니라 ‘함께함’에 집중하자.” 해가 기울고 선선한 바람이 불자 캠핑 특유의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불 앞에서 고기와 채소를 굽는 소리, 간단한 조리도구로 차려낸 식사, 그 옆에서 깔깔대며 뛰어노는 아들, 맛있는 음식을 손수 만드는 아내, 준비와 정리에 치여 놓쳤던 대화가 숯불 냄새 사이로 되살아났다. “요즘 어땠어?”, “다음엔 어디로 갈까?” 평범한 질문이지만 마음을 채우는 대화였다. 글램핑이 주는 여유와 자연이 건넨 자리, 가족이 만들어 낸 온기가 섞이니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있었다.
낭만과 현실이 함께 온다는 것
물론 로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상 밖의 ‘가을 모기’가 가장 큰 변수였다. 곳곳에 벌레가 나타났고, 아이가 긁적이는 손을 볼 때 마음이 순간 약해졌다. 아내도 모기에 물려 물집이 잡히자 안쓰러웠다. 그 순간, 한 문장이 스쳤다. “역시 캠핑은 낭만과 현실이 함께 온다.” 현장에서 배운 간명한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만의 기준도 빠르게 세워졌다. 장비를 잔뜩 사서 주말마다 떠나는 스타일은 우리 가족의 리듬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대신 “그리움이 올라올 때, 준비된 공간에서 글램핑으로 간결하게 즐긴다.”는 방식이 우리에게 가장 지속 가능한 행복의 형태라는 답을 얻게 됐다.
선택은 경험에서 온다
돌아오는 길에 작년의 글을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남들이 다 한다고 나에게도 맞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였다. 이번 글램핑은 그 질문에 대한 실천적 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쌓고 고민만 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하지만 선택의 힘은 한 번 해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나에게 맞는 행복의 방식은 영영 알 수 없다.
글램핑은 우리 가족에게 “비교에서 선택으로, 막연함에서 기준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나? 우리는 종종 ‘남들이 하는 것’에 흔들린다. SNS 속 감성 캠핑,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나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우리 삶의 리듬과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다. 가족과 함께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무엇인지, 불필요한 번거로움 없이 웃음이 살아나는 방식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우리 페이스로, 우리 방식으로
이번 글램핑은 한 가지 분명한 결론을 남겼다. “우리 페이스로, 우리 방식으로 행복을 설계하자.” 언젠가 아이가 더 크고, 우리가 손에 익숙해질 때는 가볍게 라이트 캠핑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선택은 글램핑이었다.
장비 대신 사람, 세팅 대신 대화, 완벽함 대신 웃음을 택했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 좋다.”는 사실을 번거로움 없이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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