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신인 드래프트에서 느낀 묵직한 장면
지난 9월 17일, 나는 생애 처음으로 2026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시청했다. 야구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를 챙겨볼 만큼 깊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루키들이 꿈을 이루는 순간”을 소개하는 광고를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겨, 처음으로 중계 방송을 찾아보았다.
처음 마주한 드래프트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10개 구단이 미래를 책임질 신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각 구단의 팬들은 긴장과 기대 속에서 새 얼굴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KT 위즈가 어떤 선수를 선택할지 궁금해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전해지는 묘한 열기와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선수들보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부모님들의 표정이었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을 손을 모으고 기다리는 모습, 떨리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 감격을 억누르며 눈가가 젖어 오는 모습. 그 장면을 보며 마음이 묵직해 졌다.
부모의 역할을 다시 묻다
선정된 선수들이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물질적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 훈련비, 장비, 대회 참가비 같은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는 눈과 끝까지 믿어 주는 마음이라고 느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 몰입하는지를 알아보고 길을 열어주는 것. 그리고 그 길이 쉽지 않을 때 함께 버텨 주는 힘. 이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 아닐까.
나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다. 여섯 살 아들은 몸을 움직이는 걸 무척 좋아한다. 야구, 축구, 달리기, 농구를 할 때마다 눈이 반짝인다. 나는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아이가 몰입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하루의 감정과 가능성을 기록하는 성장 일기다. 언젠가 아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때 이 기록이 작은 나침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는 조용한 동반자여야 한다
신인 드래프트를 보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부모의 ‘동반자 역할’이었다. 아이의 꿈을 대신 결정하지 않고, 그 꿈이 흔들릴 때 버텨 주는 존재. 때로는 부상을 함께 이겨내고, 경제적 부담과 주변의 시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 그 모든 시간 끝에 아이들은 무대 위에 선다.
우리 사회는 때로 부모를 ‘결정자’로 오해한다. 아이의 진로를 대신 정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길로 밀어붙이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진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곁에서 지켜보며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선택의 주체는 결국 아이 자신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모일까. 아들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아니면 내 욕심으로 그 가능성을 가두고 있지는 않을까. 미래의 어느 날, 아들이 “아빠 덕분에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라고 말해 줄 수 있을 만큼, 나는 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을까.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한 길을 설계해 주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믿어 주는 마음일지 모른다.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일.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팬이자 믿어 주는 사람
이번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나는 단순히 야구의 재미만이 아니라, 부모라는 자리가 지닌 책임과 따뜻함을 다시 느꼈다. 언젠가 내 아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내디딜 때, 나는 그의 가장 가까운 첫 번째 팬이자 묵묵한 조력자로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들이 이렇게 말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로서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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