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러졌다’는 뉴스의 상당수에는 공통된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약한 부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터지는 순간 뇌출혈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 없이 수년간 이를 모르고 지낸다는 점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조용한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2~3%가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40대 이상 여성, 고혈압 환자, 흡연자에게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조기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즉, ‘예방은 생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치료’다.

증상 없이 자라는 시한폭탄, 뇌동맥류의 실체동맥류는 혈관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부풀어 오른 부분이 터지면 뇌출혈(거미막하출혈)이 발생하며, 사망률은 약 30~40%에 이른다.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두통, 시야 흐림, 안면 통증 등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은 검진을 받기 전까지 자신이 뇌동맥류 환자인지조차 모른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간 약 3,000여 명이 뇌동맥류 파열로 응급실을 찾는다. 그중 4명 중 1명은 후유증으로 일상 복귀가 어렵다. 이 때문에 뇌동맥류는 단순히 노화로 인한 혈관 질환이 아니라, ‘조용한 살인자’로 불릴 만큼 위험한 질환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주의를 당부한다. 뇌동맥류 환자의 직계 가족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위험군을 알고 꾸준히 검진을 받는 것이 생명선이 된다.
뇌동맥류는 생활습관 질환의 대표적 사례다. 고혈압, 흡연,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은 모두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들어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특히 흡연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혈류 압력을 증가시키므로, 뇌동맥류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혈압 관리와 금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최우선 예방책으로 제시한다.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은 혈류를 개선하고 혈관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염분 섭취를 줄이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유지하면 뇌혈류 압력 상승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뇌혈관학회는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뇌동맥류의 파열 위험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작은 습관의 변화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뇌동맥류는 조기 발견만 된다면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비침습적인 MRI(자기공명영상)나 CT혈관조영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50세 이상, 고혈압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1~2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3D 혈관영상과 AI 기반 진단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5mm 이하의 미세한 동맥류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렵던 위치의 뇌동맥류도 코일 색전술(혈관 내 시술) 이나 클리핑 수술(개두술) 로 치료 가능해졌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에는 모르는 병’이지만, ‘터진 후에는 늦는 병’이다”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적인 뇌혈관 검진이 곧 생명을 지키는 보험이 된다.
뇌동맥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습관, 건강관리 태도, 그리고 조기검진 여부가 그 결과를 결정짓는다. ‘조용한 시한폭탄’이라는 말처럼, 예방하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폭탄은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면 결코 터지지 않는다.
건강검진의 작은 선택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면, 오늘 바로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다. 건강한 뇌혈관이 곧 건강한 삶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