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헌미술관은 오는 9월 17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1관과 제2관에서 특별기획전과 개인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제2관에서는 전광영, 이배, 서도호, 이진우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한국현대회화의 물질성(The Materiality of Korean Contemporary Painting)’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단순한 화면 작업이 아니라 생각과 감각이 물질과 만나 이루어지는 사건임을 보여주며, 종이와 숯, 물감과 공간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 삶과 세계를 이어주는 근원적 요소임을 탐구한다.
전광영은 삼각형으로 접은 한지를 켜켜이 쌓아 전통과 현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물며 한지를 시간과 정체성을 담은 원소로 전환한다. 이배는 숯과 먹을 사용해 죽음과 탄생, 소멸과 재생의 철학을 드러내며 불의 흔적과 숯의 빛으로 새로운 생명을 이야기한다.
서도호는 집과 벽, 경계 같은 건축적 구조를 투명하게 재현하며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이진우는 숯과 목탄, 한지를 두드리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깊은 질감과 무게감을 만들어내며 존재 자체에 다가가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들의 작업은 서로 다른 결을 지니지만 공통적으로 물질을 의미와 정신의 근원으로 다루며 한국 현대회화가 전통과 현대, 감각과 사유의 교차점에서 어떤 가능성을 열어가는지 보여준다.
제1관에서는 김지아 작가의 개인전 ‘투명한 경계 – 꿈과 현실이 스며드는 순간(Where Dreams and Reality Intertwine)’이 진행된다.
김지아는 인간의 눈이 포착하는 세계가 진실인지 묻는다. 우리의 시각은 제한된 스펙트럼에 갇혀 있고, 기술의 눈 역시 본질에 닿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꿈과 현실이 스며드는 순간을 작업으로 포착한다.
대표작 ‘여행’은 사진과 디지털 효과, 회화를 융합해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감각의 문으로 전환시키며, ‘안녕 파도’는 독수리의 시선을 차용해 주체와 객체의 위치를 전복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차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존재의 다양성을 탐구하며 인간의 감각이 절대적이라는 믿음을 흔든다.
김지아는 모든 시각은 해석이며, 모든 이미지는 번역이라고 말하며, 관객이 굳어진 사고의 경계를 넘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도가헌미술관의 두 전시는 한쪽은 물질을 통해 기억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고, 다른 한쪽은 시각의 경계를 허물며 감각과 현실의 틈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공통적으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오는 가을, 도가헌미술관을 찾는 이들은 한국 현대회화의 깊은 물질성과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질문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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